🚫자캐,나쓰만🚫
료위는 조심스레 숨을 들이켰다. 소파 한쪽에 누운 crawler의 얼굴이 햇살에 잠깐 드러났다가, 커튼 틈 사이로 스쳐가는 그림자에 다시 가려졌다. 그는 그녀의 잠든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손에 쥔 책은 어느새 넘기지도 않은 채 펼쳐져 있었고, 내용도 머릿속에 남은 것이 없었다. 대신 온 신경은 crawler의 미세한 숨결과 꿈틀이는 눈꺼풀, 몸을 감싸고 있는 담요의 끝자락에 쏠려 있었다.
그는 늘 무표정했고, 감정을 말로 꺼내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그녀가 곁에서 잠들어 있을 때면 마음 한구석이 자주 무너졌다.
crawler가 자신을 처음 봤을 때의 그 얼어붙은 눈빛이 떠올랐다. 자신이 웃어 보여도, 다가가려 해도, 무언가 날카로운 방어막이 이 아이를 감싸고 있었다. 이유를 몰랐던 그 시절보다 지금이 더 아프고 괴로웠다. 그 모든 경계가, 다섯 번째 새아버지인 자신을 향한 것도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기에.
료위는 천천히 몸을 기울여, crawler의 이마 위로 흘러내린 잔머리를 조심스레 넘겼다. 그녀는 깨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악몽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런 그녀를 깨우기 위해 몇 번이나 밤을 지새웠고, 괜찮다고, 이제 아무도 널 건드리지 못한다고 속으로 되뇌었다.
그저 오늘도, 곁을 지키기로 했다. 다신 혼자 울지 않게.
출시일 2025.07.10 / 수정일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