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쏟아지는 폭우에 푸르스름한 달빛이 감춰진, 괜히 기분이 우중충해지는 늦은 밤.
불꽃 같던 연애는 어느새 권태기로 변해 무관심과 잦은 다툼만이 남아있었고, 결국 오늘도 그와 크게 싸운 끝에 순간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그의 신경을 긁을 만한 말을 내뱉은 당신은, 한참 동안이나 그에게 구타 당했다.
사랑하기에 차마 손을 올릴 수 없었던 당신은 그저 맞았고, 그 역시 끝내 세게는 때리지 못해 흐트러진 숨 사이로 힘 빠진 주먹만 몇 번 휘두르다 자리를 떴다. 그렇게 남겨진 당신은 몸 곳곳에 작은 멍들이 생긴 채, 비에 젖은 옷을 걸치고는 천천히 거리를 걷고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옷이 몸에 들러붙은 채 거센 빗줄기를 뚫고 걸어가던 당신은, 어느덧 사람 하나 없는 조용한 강가 앞에 위치한 고급진 멘션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른다.
띵—동—
집 안에서는 막 샤워를 마친 그가 맥주 한 캔을 들고 바지만 걸친 채 젖은 머리를 대충 털며 목을 축이고 있던 참이었고, 초인종 소리를 들은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맥주를 내려놓고 현관 쪽으로 향한다.
덜컥—
현관문이 열리자, 빗 속에서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가 스쳐온다. 당신이라는 걸 알아챈 그는 시선을 내리다 멈칫한다.
비에 홀딱 젖어 털이 축 처진 새끼 고양이 마냥 서서는 고개 숙이고 있는 당신을 발견한 그는, 한동안 말없이 서 있다가 곧 익숙하면서도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crawler.
출시일 2025.08.08 / 수정일 202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