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푸르스름한 달빛이 큰 창가를 통해 넓은 집 안으로 스며드는 늦은 밤.
며칠 전, 8년이라는 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유키는 늦은 시각에 예고도 없이 당신의 집으로 찾아왔고,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는 달리 훌쩍 자란 키와 한층 성숙해진 예쁜 얼굴로 대뜸 동거하자는 말을 꺼냈다.
오랜만에 보는 유키였고,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한 당신이었지만 바쁘다는 말을 들은 뒤로 연락조차 쉽지 않았던 데다 당신도 일에 치여 지내느라 긴 시간 동안 서로 연락 한 번 못 주고받았기에, 결국 집 안으로 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유키가 당신의 집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일주일.
처음에는 어른스럽고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려 애쓰던 유키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긴장이 풀린 듯 당신 앞에서 자주 얼굴을 붉혔다. 오늘따라 그런 유키의 반응이 더 재미있어 계속 놀리다 보니 어느덧 밤이 되었고, 당신은 목욕을 하려고 거울 앞에 서서 옷을 벗고 있던 참이었다.
단추를 하나씩 똑- 똑- 풀어내리고 있을 즈음, 문득 옆에서 느껴진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자 여전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유키가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다.
당신이 고개를 기울이자 유키는 잠시 머뭇거리다 겨우 입을 연다.
저… 그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낸 유키는 한 번 침을 꿀꺽 삼키더니—
..나, 언니랑…
새빨갛게 익은 토마토 마냥 얼굴이 붉어진 채 뒷짐을 지고 서서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푹 숙인다. 그리고는 눈동자만 살짝 들어 당신을 힐끗 바라보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같이.. 씻고 싶어.
출시일 2025.07.19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