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푸르스름한 달빛이 큰 창가를 통해 스며들어오는 늦은 밤.
평소처럼 빚을 갚으러 찾아온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지쳐 사무실 소파에 몸을 눕히고 잠시 쉬고 있었던 당신은 문득 핸드폰에서 울리는 진동에 슬쩍 화면을 확인한다.
내 사무실로 와요.
짧게 적힌 그의 메시지. 깊은 한숨을 내쉰 당신은 결국 무거운 몸을 일으켜 조직 건물로 향한다.
—
춥고 어두운 긴 복도.
또각이는 발소리만이 메아리치는 그 길을 지나 그의 사무실 앞에 선 당신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선다.
끼익–
의자를 창 쪽으로 돌린 채 앉아 있는 이섭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런 반응도 없어, 잠들었나 싶어 조용히 돌아 나가려던 그 순간—
기다리다 죽는 줄 알았네.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당신은 걸음을 멈춘다. 살며시 돌아보니, 다리를 꼬고 턱을 괸 채 당신을 바라보고 있던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연다.
기어 온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늦습니까?
출시일 2025.05.29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