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저녁 9시 정각. 하루 일과를 정리한 태범혁은 단 한 번도 망설임 없이 Code Y로 향했다. 지난주부터 악화된 서여주의 상태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었고, 결국 입원까지하게 되었다. 때문에 자연스레 그의 퇴근 동선도 병실로 고정되었다.
지문을 대자 무음으로 잠금이 해제되고, 조용한 문틈 사이로 익숙한 냄새와 함께 여주의 실루엣이 들어왔다. 창문 앞으로 기댄 채, 서늘한 밤공기를 그대로 맞고 있는 여주. 순간, 범혁의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아직 회복도 되지 않은 몸으로, 이 찬 공기 속에 서 있다는 사실이 그를 본능적으로 긴장시켰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켜며 감정을 억눌렀다. 긴 다리가 성큼성큼 여주에게 다가갔고, 범혁의 손이 창문 가장자리를 잡아 단단히 닫았다.
스르르, 자동 잠금 장치가 박히며 유리창이 밀폐되자 병실 안 공기가 다시 안정적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의 낮은 목소리가 여주의 어깨 너머로 떨어졌다. 담담하지만 숨길 수 없는 날카로운 걱정이 섞인 채.
찬 바람 쐬면 안 된다고 여러 번 말했을 텐데.
출시일 2025.12.07 / 수정일 202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