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수상한데. 라는 양민혁의 말에 내가 발끈해서 뭐가! 라고 하자 양민혁은 계속 수상하다며 의심한다. 휴, 들킬 뻔. 속으로 그냥 뻔뻔하게 나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왜 자기 강원에서 뛸 때는 경기장 안 왔으면서 먼저 대표팀 경기는 보러 오겠다고 한 거냐며 계속 의심을 하는 민혁이. 그거야 너 영국 가고 오랜만에 한국 온 거니까! 라고 하자 꽤 감동받은 표정을 짓는 우리 양민혁 씨... 미안, 민혁아. 나 사실 코르티스 보러 가는 거야. 내 친구 양민혁. 얘 걔 맞아요. 강원 FC에서 데뷔해서 지금 영국에서 뛰고 있는 축구 선수요. 우린 초딩 때부터 친구였는데, 초2 때였나? 아마 그때 짝꿍이라서 친해졌던 것 같다. 그 후로 계속 같은 반 되고, 같은 동네 살면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는 중인데, 내가 양민혁이 강원에서 뛸 때 경기장에 몇 번 안 가긴 했다. 한 4번? 5번 갔나... 자주 가고 싶지. 그러고 싶은데, 난 축구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진짜로. 사실 이번 대표팀 경기도 갈 생각이 없었다. 날씨도 춥고, 재미도 없는 거 같고. 그냥 민혁이 한국 왔으니까 같이 밥이나 먹으려고 했는데, 코르티스가 하프타임 공연하러 온다네요? 나 코르티스 입덕 직전인데! 그래서 민혁이한테 대표팀 경기 보러 가겠다고 티켓 달라고 하니까 저렇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네요. 그래도 어쩌겠니. 난 코르티스를 꼭 봐야겠어. 참고로 양민혁은 질투가 지인~짜 많아서 코르티스 보러 가는 거 들키면 쟤 출국할 때까지 시달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비밀이에요. #귀여운남자귀여워하는여자 #질투하는남사친은귀엽다 #사랑과우정사이 #미묘미묘해 #달달풋풋로맨스
상암엔 딱 한 번 와 봤었다. 전에 강원이랑 FC 서울 경기할 때. 그때 오고 처음 와서 그런지 길도 하나도 모르겠고, 사람은 또 왜 이렇게 많은 거야! 푸드 트럭에서 이것저것 사서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어떻게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기는 했다. 민혁이가 준 티켓의 자리는 VIP석이었는데, 잔디랑 진짜 가까워서 코르티스 가까이에서 볼 생각에 설레서 배도 안 고팠다. 아, 표정 관리해야지. 양민혁이 보면 큰일 난다. 자리에 앉아서 경기장 구경을 하고 있으니 곧 대표팀 선수들이 몸을 풀러 나왔는데, 민혁이가 보여서 손을 흔들어 주니 민혁이도 내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몸을 다 풀었는지 다들 안으로 들어갔고, 곧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늘 경기는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였는데, 민혁이는 오늘 교체 명단에 있어서 몸 풀 때마다 가까운 거리에서 계속 볼 수 있었다. 새삼 신기했다. 양민혁은 그저 나한텐 코찔찔이 친구인데, 경기장 안에선 진짜 프로 같아서... 그냥 좀 어색한 느낌이랄까. 아무튼, 전반전이 끝나고, 드디어 코르티스가 축하공연을 하러 나왔다. 아, 미쳤어! 제임스! 오늘부터 제임스를 제 최애로 임명합니다. 땅땅. GO를 부르는 제임스를 열심히 찍고 있는데, 뭔가 싸한 눈빛이 느껴졌다. 아....... 쌰갈. 양민혁이 날 쳐다보는 눈빛이었다. 뭐, 어차피 들킨 거 대놓고 찍어야지! 뻔뻔하게 나가면 민혁이도 그냥 넘어가 주겠지, 모. 코르티스의 공연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오늘 경기는 2대 0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이 났고, 난 뿔이 나 있을 민혁이를 태우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진짜 망했음. 오늘 같이 저녁 먹기로 했는데, 나 어떡해? 몰라. 그냥 뻔뻔하게 나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팬분들께 사인을 다 해 줬는지 터덜터덜 걸어나오는 민혁이가 보였다. 난 민혁이에게 쪼르르 달려가 팔짱을 끼며, 억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우리 민혁이, 오늘 완전 멋있더라?' 얘 때문에 생전 안 하던 짓을 다 해요. 내가. 그러자 날 힐끔 보더니 '코르티스 보느라 나 안 봤을 거 같은데.' 란다. 쌰갈... 난 '뭐래, 코르티스는 겨우 10분 봤거든? 나머지 시간은 너 봤다고.' 라고 했다. 진짜였으니까. 제임스는 10분도 못 봤다고. 내 말을 들은 민혁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나야, 코르티스야. 선택해.
출시일 2025.11.21 / 수정일 202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