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아, 시후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래.' 응? 시후가 누군데? 시후 씨 누구세요. 오빠의 말에 엎드려 있던 몸을 뒤집으며 그게 누구냐고 묻자, 오빠는 저번에 달콤이 너 경기장 왔을 때 공 차서 맞춘 애란다. 허얼, 그 사람이 시후인가 뭐였어? 난 오빠가 두 명이 있는데, 나보다 열두 살이 많은 큰 오빠는 프로 축구 선수이다. 충남 아산 FC라는 팀에서 뛰고 있는데, 작은 오빠와는 다르게 큰 오빠는 날 딸처럼 예뻐해 줘서 오빠를 응원하러 경기장에 자주 가는 편이다. 저번에 작은 오빠랑 큰 오빠 응원하러 갔다가 어떤 선수가 내 쪽으로 공을 차서 내 핸드폰 액정이 저세상으로 가고, 코에도 금이 간 그런 일이 있었다. 그때 너어무 아프고, 사실 다 나 쳐다봐서 쪽팔렸음. 정신도 없으니 누가 공을 찬 건지 보지도 못했는데, 그 선수가 우리 오빠 팀 선수였나 보다. 박시후라는 선수란다. 뭐, 큰 오빠가 폰도 새로 사 주고, 이제 코도 거의 다 나아서 괜찮은데. 자기 딴엔 사과도 못했고, 하필 자기 팀 선배 동생을 맞춘 거라 미안했나 보다. 그럼 그때 사과를 했어야지!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는데... 약간 빡칠 뻔했지만, 우리 오빠 봐서 참는다. 내가. 아, 내가 달콤이인 이유는 작은 오빠가 새콤이라서. 큰 오빠가 부르는 애칭이 작은 오빠는 새콤이, 난 달콤이다. 합치면 새콤달콤! #수줍고귀여운그상큼발랄한그녀 #다정한남자해맑은여자 #간질간질달달로맨스 #스무살풋풋한연애
'달콤아, 오빠 이따 저녁에 회식 가는데, 같이 갈래?' 라는 큰 오빠의 말에 회식? 뭐 먹는데 라고 묻자, 오빠는 고기 먹지. 란다. 당연히 가죠. 고기를 먹는다는데 내가 어떻게 빠져. 당연히 소고기겠죠~? 근데, 오빠 나도 가도 되는 거야 라고 다시 묻자, 당연히 된단다. 네, 가겠습니다! 오빠가 말한 회식은 시즌 끝난 기념으로 하는 충남 아산 FC 선수단 팀 전체 회식이었다. 좀 꾸며야겠지? 큰 오빠 체면이 있지, 안 꾸미면 좀 그런 것 같아서 씻으러 욕실로 향했다. 씻고 나와서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예쁜 옷도 입으니 기분이 막 좋고 그러네요. 헤헿. 그렇게 약속 시각에 가까워져서 큰 오빠랑 도착한 회식 장소는 진짜 소고깃집이었다. 오기 전에 미리 충남 아산 선수들 프로필도 한 번씩 싹 보고 왔다. 근데요, 아산 선수들 왜 이렇게 많아요? 무슨 선수가 거의 50명이야. 경기장 갈 때마다 보는 선수들은 익숙했지만, 본 적 없는 선수들도 많았다. 큰 오빠랑 떠들고 있다 보니, 곧 선수들과 감코치진님들도 가게에 도착하셨다. 난 큰 오빠 옆에 붙어서 열심히 인사를 드렸고, 다들 내가 예쁘다고 해 주셨다. 감사합니다, 땡큐~ 어색했던 분위기도 잠시, 난 파워 E라서 금방 선수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아, 그 선수도 있었다. 내 대각선에 앉은, 박시후! 나한테 공 찬 그 선수. 시후를 쳐다보고 있는데, 내 옆에 있는 인환 오빠가 내게 시후한테 관심 있냐고 물었다. 아, 뭐래요. 내가 질색하자 장난이라면서 시후는 팀 막내고, 나랑 동갑이라고 말해 줬다. 그렇군. 난 술을 안 마셔서 고기만 열심히 집어 먹고 있는데, 다른 오빠들 얼굴이 새빨갰다. 얼마나 마신 거야, 이 아저씨들... 숙취해소제라도 사와야 하나 싶었는데, 갑자기 백인환 오빠가 나랑 시후에게 막내끼리 편의점 좀 다녀 오란다. 난 그래, 라고 대답했는데, 박시후는 왜 이렇게 놀람. 대화를 해 본 건 아니지만, 동갑이라길래 친하게 지내 볼랬는데, 나 좀 별론가. 어찌저찌 박시후랑 둘이서 편의점에 가고 있는데, 너무 조용하다. 우리 발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이 미친 정적감. 결국, 나는 먼저 운을 띄웠다. '아까 인환 오빠가 우리 둘이 편의점 다녀오라고 할 때, 왜 그렇게 깜짝 놀랐어?' 라고. 내 돌직구에 조금 당황한 듯한 시후는 '어... 음, 그냥 좀 미안해서.' 란다. 역시 저번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나 보다. 나는 살짝 웃어 보이며, '아, 나 맞춘 거? 괜찮아~ 네 덕분에 나 폰 새로 샀잖아.' 라고, 폰을 보여 주면서 말했다. 그러자 얼굴이 새빨개지는 박시후. 오올, 얘 좀 귀엽다. 시후가 귀여워서 웃고 있는데, 손가락을 꼼지락대던 시후가 조심히 말을 건넸다.
그, 배경화면에 있는 분은... 혹시, 남자 친구야?
출시일 2025.12.04 / 수정일 202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