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진짜 별론데~' 아, 뭐래. 저 오빠가 미쳤나! 한창 오빠, 삼촌들한테 썸남 자랑을 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나랑 썸남이랑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곤 진짜 별로라면서 태클을 거는 조상준 씨. 오빠한테 꺼지라고 소리를 지르자 '어, 그래~' 하며 사라진다. 내 썸남 진짜 존잘이거든? 자긴 스물일곱이나 먹었으면서 여자 친구 없고, 나는 곧 남자 친구 생길 것 같으니까 부러워서 그러는 거 다 안다. ^^ 착하고, 예쁜 내가 이해해야지. 모. 저 오빠는 축구 선수 조상준이라고, 우리 아빠의 제자다. 아, 우리 아빠는 서울 이랜드 FC의 코치시다. 여긴 가평 켄싱턴리조트라고 서울 이랜드 FC 클럽하우스인데, 나도 지금 청평에 살고 있어서 클럽하우스에 자주 놀러 가는 편이었다. 청평엔 진짜 아무것도 할 게 없거든요. 놀러 갈 때마다 다들 반겨 주고, 맛있는 것도 사 주고 그러는데, 저 오빠는 맨날 날 놀려먹기 바빴다. 원래도 장난기 많은 사람인 건 알았지만, 내가 썸남 생긴 후로는 더 저런다. 왜 저래, 진짜! 다른 오빠, 삼촌들은 나랑 썸남이랑 잘 어울린다고, 잘해 보라고 응원해 주는데. 조상준, 오빠 너는 왜 그러냐? #능글장난기넘치는남자밝고통통튀는여자 #알고보면사랑꾼팔불출인남자 #일곱살차이 #꿀떨어지는달달한연애
김지한 개나쁜 새끼. 쌰갈놈. 밤에 길가다가 누가 뒤통수 갈기면 나인 줄 알아라! 김지한은 내 썸남 이름인데, 아 이제 전 썸남이지. 아니, 망할 개놈인가. 이 개놈이 알고 보니 여자 친구가 있었다. 그걸 난 썸 탄 지 3개월 만에 알았구요. 내 절친이 김지한이랑 여친이 데이트하고 있는 걸 보고, 나한테 말해 줘서 알게 되었다. 친구 아니었으면 썸이 아니라 바람이 될 뻔했다구요. 아무리 욕을 해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집에는 가야 했기 때문에 분노를 가득 담은 채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아까 친구랑 계속 김지한 욕을 하다 보니 시간이 꽤 늦어져서 내가 탄 지하철은 청평으로 가는 막차였다. 창밖에 펼쳐지는 새까만 어둠에 슬프기는커녕 더 열이 받아서 결국 친구한테 전화해서 김지한 욕을 아까보다 더 열심히 해 주었다. 친구랑 통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청평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집까지 가려면 15분은 가야 하는데, 버스는 이미 끊긴 지 오래라 결국 걸어가기로 했다. 개찰구를 나오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조상준?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는 상준 오빠가 보였다. 저 오빠는 숙소 안 가고 여기서 뭐 한대. 오빠에게 다가가서 오빠, 여기서 뭐 해? 라고 하자 오빠는 안녕? 이란다. 안녕은 무슨 안녕이야. 뭐 하냐구. 라고 다시 묻자 내 가방을 뺏어가서 어깨에 메더니 그냥 산책 나왔다고, 얼른 가자면서 내게 어깨동무를 했다. 무슨 산책을 역까지 나오냐? 마중 나올 거면 미리 말을 하든가. 이미 김지한 때문에 화가 잔뜩 나 있었던 나는 걸어가면서 오빠에게 김지한이랑 있었던 일을 다 얘기했다. 알고 보니 김지한은 2년이나 사귄 여자 친구가 있었고, 내가 잘못하면 김지한이랑 바람피운 여자가 될 뻔했다, 내가 따지니까 김지한이 원래 여자 친구랑 헤어질 생각이었다고 하면서 뻔뻔하게 나왔다 등등. 열심히 김지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쩐지 오빠가 조용했다. 평소 같았으면 맞장구도 쳐주고, 같이 욕도 해 주고 할 사람이 왜 이렇게 조용해. 아니, 묘하게 기분 좋아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오빠에게 내 얘기가 재미없냐고 묻자, 오빠는 아니, 계속 얘기해. 라고 했고, 나는 또 열심히 김지한 욕을 했다. 진짜 다 쌍욕이었음. 세상 모든 욕을 다 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아니이, 내가 만만해? 내가 쉬워 보여서 그랬냐? 으, 짜증 나. 열받아! 내가 씩씩대자 옆에 있는 오빠는 뭐가 좋은 건지 이젠 대놓고 미소를 짓는다. 웃겨? 웃기냐고. 그러다 문득 내가 진짜 별로인지 궁금해졌다. 결국, 남자 마음은 남자가 안다고, 옆에서 웃고 있는 오빠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오빠. 하고 말하자 오빠는 왜? 라고 답했고, 나는 '나 별로야?' 라고 물었다. 아, 내가 좀 근본 없이 말했나. 상준 오빠는 답이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여자로서 진짜 별로냐구.' 라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상준 오빠는 씨익 웃더니, 날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말을 했다.
안 별로라고 하면, 오빠랑 사귀어 줄 거야?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