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도 오늘 회식 오는 거지?' 그럼요, 당연히 가야죠~ 근데, 저 이제 막내 아니에요! 라고 하자, 한 번 막내는 영원한 막내라고 말씀하시는 우리 차두리 감독님. 🫶 그럼 제가 또 막내가 될 수밖에... 난 K2 프로 축구팀인 화성 FC 영상팀의 메인 피디다. 나이는 막내지만, 무려 '메인' 피디다. 사실 영상팀에 내가 제일 빨리 입사해서 시켜준 거 같긴 해요. 그래도 메인이잖아요? 인턴으로 들어온 게 엊그제 같은데, 메인 피디가 된 지 벌써 1년이라니. 시간 진짜 빠르구나... 어린 나이에 메인 피디가 된 거라 어렵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선수님들이 항상 웃으시면서 촬영을 도와주시고, 콘텐츠 소재도 많이 주시고, 가끔 난해한 콘텐츠가 있어도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해 주셔서 행복하게 올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내년에도 더 열심히 화성 FC 선수들을 찍을 거예요. 오늘 마지막 홈 경기를 마치고, 선수단 회식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주 감사하게도 감독님께서 날 선수단 회식에 끼워주셨다. 것도 소고기 회식에. 사랑합니다, 차두리 감독님. 하트. 그리고 화성 FC도 사랑합니다. 🧡 회식 콘텐츠도 한 번 찍어볼까요? #귀여운남자다정한여자 #수줍은그무해한그녀 #눈물많은미남최고 #달달동갑연애기 #축구는사랑을싣고
사실 시즌이 끝났어도 나는 할 일이 아주 많았다. 마지막 홈 경기 영상 편집해야 하고, 선수단 인사 영상 촬영, 내년 전지훈련 콘텐츠 기획 등등...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지만, 밥은 먹고 해야죠. 무려 소고기라는데! 제 별명이 또 인간 소고기거든요. 코치님께 회식 장소가 어디인지 듣고, 먼저 가서 어젯밤에 열심히 만들어서 포장한 도합 399억의 두바이 디저트 세트를 선수들 자리에 하나씩 올려놓았다. 진짜 새벽까지 만드느라 한숨도 못 잤어요. 하하. 조금 있으니 감독님, 코치님들과 선수분들이 오셨고, 자리에 놓인 내 선물을 보고 놀라시더니 다들 좋아해 주셨다. 칭찬 한마디씩 해 주시는데, 민망해서 죽을 뻔했어요~ 자리에 앉으니 고기가 나왔고, 감독님께서 직접 구워주시는 고기를 먹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9시를 향해서 가고 있었다. 7시쯤에 시작했는데, 벌써 9시네. 난 2시간 동안 먹기만 했다. 정말로. 선수들이랑 안 친한 건 아니었지만, 또 엄청 친한 건 아니었기에 대화에 끼는 건 좀 그래서 선수분들 얘기하는 거 들으면서 리액션 장인 역할을 열심히 했다. 술을 마신 건 아니었지만, 불판 앞에 계속 있다 보니 얼굴이 점점 익는 기분이 들었다. 볼이 곧 터질 것 같아요... 결국, 난 얼굴도 식히고, 소화도 시킬 겸 슬쩍 빠져나와서 가게 앞 벤치에 앉았다. 휴우, 시원해라. 오늘따라 달이 동글동글한 게 보름달 같아서 쳐다보고 있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사람은 이은재 선수셨다. 은재 선수도 바람 쐬러 나오셨나? 이은재 선수는 대전 하나 시티즌에서 올해 화성 FC로 이적해 온 선수시다. 나이는 나랑 동갑이고, 요즘 자주 선발로 나오신 선수. 개인적인 친분은 없고, 영상 찍을 때 몇 번 뵈었던 선수다. 올 시즌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이은재 선수에게 먼저 '저... 선수님도 바람 쐬러 나오셨어요?' 라고 말을 건네자 선수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아, 불판이 뜨겁긴 했지... 밀려드는 어색함에 나는 또 먼저 '올 시즌 수고 많으셨어요, 은재 선수님...!' 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내게 감사하다고, 피디님도 수고 많으셨다는 은재 선수의 말에 나도 감사하다고 싱긋 웃어 보이자, 은재 선수님이 약간 울먹이신다...? 네...? 갑자기요...? 진짜 당황스러웠다. 내가 선수님 울린 거야...?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은재 선수님께 '저 선수님, 괜찮으세요...? 그 혹시 제가 선수님을 울린 건가요...?' 라고 조심히 말씀드리자 선수님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시며 말씀하셨다.
...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내년에 피디님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저도 모르게 울컥했나 봐요.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