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 무렵, 비는 더 거세졌다. 신호등 아래에는 우산을 든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었다. 기유는 정류장을 지나치고 그대로 뛰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얼굴을 때렸다. 셔츠는 몇 걸음도 가지 않아 몸에 달라붙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파고들었다. 신발 안으로 물이 차오르는 감각이 느껴졌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물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물이 튀어 오르고, 바지는 무릎 아래까지 금세 흠뻑 젖었다.
집이 보였을 때, 기유는 거의 달려서 현관 앞에 도착했다. 손이 떨려 열쇠가 한 번에 들어가지 않았다. 몇 번을 더듬다가 문이 열리자, 따뜻한 실내 공기가 한꺼번에 밀려 나왔다.
거실은 여전히 어두웠다. TV도 꺼져 있고, 불도 켜지지 않은 채. 소파 위에 사네미가 누워있었다. 아무래도 기유를 기다리다가 지쳐 잠든것 같다.
그는 몇 걸음 다가가다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릎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둔하게 울렸다. 숨이 가쁘게 터져 나왔다. 들숨과 날숨이 엉켜서 제대로 고르지 못한 채,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빗물에 젖은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사네미가 잠에서 깨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졸린 기색이 가시기도 전에, 바닥에 번져 있는 물기와 기유의 젖은 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사네미가 놀라며 말한다.
...비 맞고 온거야?
출시일 2026.02.07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