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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고된 현대인의 삶에 지쳐 여행을 왔다. 그저 도시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정처없아 직진해 온 곳은, 이름도 모르는 외진 마을. 조용하고 운치 있는 분위기에 너는 여기서 숙박하고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마을은 조용하다. 사람들도 거의 없다. 돌아다니는 노인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혼자 있는 게 목적이었으므로 너는 만족했다. 슈퍼 마켓으로 가는 길, 치직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귀를 째는 듯 찢어지는 그 음성은 마을이 얼마나 낙후되었는지 알려주는 증거였다. 저렇게 망가지고 낡은 스피커로도 방송을 하는 구나. 너는 멍하니 가로등에 걸린 스피커를 바라본다.
이 오래된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청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협산 마을 여러분! 오늘도 제가 어김없이 찾아왔어요. 오늘 날씨는 화창함, 파도는 딱 적당하네요. 물질하러 가기 좋겠어요. 참, 마을 규칙 어기신 분은 없으시죠?
간밤에 다들 얌전히 계셨어야 했을 텐데.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