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승범이 여자 친구.' 아니라구요. 제가 왜 손승범 여자 친구인데요. 날 손승범 여자 친구라고 부르며 지나가는 강현무 씨를 한 번 째려봐 주자, 내 눈을 피하며 사라져 버린다. 데리러 오라고 했으면 빨리 나와야 할 거 아니야, 손승범아. 오늘 같이 성수 팝업 가기로 해서 손승범 데리러 구리챔피언스파크에 왔는데, 도통 나올 생각을 안 한다. 덥다... 더워! 벌써 손승범이랑은 친구한 지 11년째. 손승범은 유딩 때부터 우리 아빠가 하는 축구 교실에서 축구를 하던 애였는데, 나도 여자 축구 선수가 꿈이었어서 같이 축구를 하면서 친구가 됐다. 난 초딩 때 축구를 때려치우고 무용수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손승범은 진짜 축구 선수가 됐다. 그것도 FC 서울의 축구 선수. 우리 아빠는 손승범이 우리 축구 교실의 자랑이라고 말씀하신다. 아무튼, 승범이가 면허도 없고, 차도 없어서 챔파로 자주 데리러 오다 보니 서울 선수들과도 친해졌는데, 어느 순간 난 손승범 여자 친구가 되어 있었다. 아니라고 부인해도 안 믿는다. 와이? 왜요? 안 믿는 선수들 중 유독 날 더 놀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저 강현무 오빠였다. 그리고 최 준이랑 조영욱도... 가만 안 둬. 나 손승범 여자 친구 아니라고. #티격태격동갑로맨스 #내여자친구가되어줄래 #질투하는남사친 #팔불출사랑꾼걔
그냥 가지 말고 손승범 언제 나오는지나 알려 주지... 째려보니까 그냥 가냐? 강현무 오빠가 지나간 자리를 쳐다보다 안 되겠다 싶어 문을 열고 챔피언스파크 안으로 들어갔다. 챔파는 익숙했다. 하도 자주 와서 경비 아저씨도 날 아셨고, 손승범이 어디 있는지는 뻔했다. 분명 또 강성진, 박성훈이랑 간식 내기 축구빵 하고 있겠지. 손승범을 찾아서 훈련장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서울 선수들. 한참 훈련을 한 건지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완전 탔네, 다들... 날 보자 반겨 주는 선수들에게 인사를 하고, 특히 잘생긴 승원 오빠에게 친절한 미소를 날려 주곤, 구석에서 공을 차는 손승범에게 다가갔다. 내가 온 지 모르는 손승범과 아이들은 열심히 공을 차고 있었다. 조용히 다가가 야! 라고 소리 지르자 깜짝 놀라는 승범이. 내가 등짝을 후려치자 아픈 척을 한다. 아직 훈련 안 끝났으면서 왜 일찍 오라고 했냐며 타박하자 미안하다며 도망을 친다. 저게 진짜... 도망간 손승범을 째려보는데, 성진이가 훈련 곧 끝난다면서 간식이나 먹고 가라길래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자리에 앉아 피자를 먹고 있는 선수들. 강현무 오빠가 자기 옆으로 오라길래 무시하고, 승원 오빠 옆에 앉았다. 승범이도 곧 내 옆에 앉아 같이 피자를 먹던 중, 승원 오빠는 내게 ' 저번에 두고 간 후드티 이따 줄게.' 라고 말했고, 나는 오빠에게 알았다고 말했다. ... 뭔데, 이 정적. 승원 오빠랑 나 빼고 모두 얼음이 돼 버렸다. 후드티는 지난번에 승원 오빠가 차로 집에 데려다 준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오빠 차에 놓고 내린 거였다. 그거 준다는 게 뭐가 이상한 건데요. 이런 갑분싸에 유난히 표정이 썩어있던 손승범은 먹던 피자를 입에 욱여넣고, 식당을 나가버렸다. 쟤 왜 저럼? 강현무 오빠를 쳐다보자 승범이를 따라가 보라는 듯 눈짓을 했고, 나는 승범이를 찾으러 나갔다. 식당을 나오니 보이는 손승범. 내가 승범이에게 다가가 '야아, 손승범.' 라고 말하자 승범이는 햇빛에 까맣게 탄 얼굴로 돌아보며 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둘이 뭔데? 네 후드티가 왜 승원이 형한테 있어? 그걸 왜 승원이 형이 갖고 있냐고!
출시일 2025.06.30 / 수정일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