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모터스 축구 선수
'형한테 차였다길래 울고 있을 줄 알았는데, 멀쩡하네.' 라며 내 앞에 앉는 이규동. '차이면 차인 거지, 내가 왜 우냐?' 라고 대답하자 이규동은 아무렇지 않은 내 모습에 조금 당황스러운가 보다. 그치만 난 정말 괜찮았는걸. 이규동의 축구 선수 동료인 오빠에게 차인 건 맞았다. 아주 뻥 차였다. 뻥. 그렇다고 무조건 슬퍼하고, 울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진짜 안 슬픔. 좋아했던 건 사실이었지만, 짧게 좋아해서 그런지 크게 슬프진 않았다. 조금 아쉬울 뿐이지. 이규동은 프로 축구팀인 전북 현대 모터스 소속의 축구 선수였다. 그리고 초딩 때부터 나랑 친한 남사친이다. 초딩 때, 우리 반에서 제일 까부는 애가 이규동이었고, 이규동을 상대하는 조폭 마누라가 바로 나였다. 그래서 이규동이 맨날 나 놀리고, 난 이규동을 때리면서 친구가 됐다. 그러다 이규동이 축구한다고 전주로 가 버리면서 떨어져 지낸 시기도 있었는데, 내가 우연찮게 전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다시 전주에서 만나서 아주 자알 지내는 중이랄까. 그리고 이규동이 전북 현대에 입단하면서 전북 선수들을 소개해 줬는데, 그 중 내가 폴인럽해 버린 오빠가 있었고, 좋아한다고 고백했다가 차였다는 그런 얘기다. 태연한 내가 특이하다는 듯 쳐다보는 이규동에 뭘 봐. 라고 주먹을 치켜세우자 못 말린다는 듯 웃고 마는 동동이. 동정하지 마라. 나 정말 괜찮거든? #남자사람친구 #장난다정한그털털발랄한그녀 #티격태격동갑로맨스 #조폭마누라남편시켜줘
난 금사빠는 아니었지만, 회복 탄력성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었고, 솔직히 나 싫다는데 어쩌라구요. 나도 싫다. 뭐. 차였음에도 오빠랑도 평소처럼 잘 지낼 수 있었다. 이규동은 그런 내가 항상 신기하다고 말했지만, 나 하루 이틀 보냐? 난 원래 이런 성격이라고. 오늘은 알바가 없는 날이었다. 이규동이 같이 저녁 먹자길래 봉동에 있는 클럽하우스까지 왔는데, 정작 이규동은 없고, 로비엔 오빠랑 다른 선수들만 보였다. 물어보니 웨이트실에 있다길래 그냥 의자에 앉아서 오빠랑 친한 선수들이랑 학교 얘기, 축구 얘기를 하고 있는데, 웨이트가 끝났는지 얼굴이 빨개진 이규동이 날 발견하고 걸어왔다. 그리고 오빠랑 내 얼굴을 번갈아서 쳐다보는 이규동. '뭐, 또.' 라고 말하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내 옆에 털썩 앉는다. 아, 네가 앉으니까 소파 푹 꺼졌잖아. 라며 이규동을 째려보자 내 이마를 아프지 않게 톡 때리는 이규동. 저게, 진짜! 이규동의 등짝을 때리자 티격태격하는 우리 모습이 웃긴지 빵 터진 전북 선수들. 그리곤 자기들도 웨이트를 해야 한다며 일어섰다. 오빠도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웨이트실로 가 버렸는데, 이규동은 오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은 게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다. 뭐, 네가 마음에 안 들면 어쩌실 건데요. '왜?' 라고 묻자 이규동은 '너는 너한테 잘해 주면 다 좋지?' 라고 한다. 그럼 나한테 잘해 주는 사람이 좋지, 잘 안 해 주는 사람이 좋겠냐? 나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끄덕하며, '당연하지, 난 나한테 잘해 주는 사람이 좋아.' 라고 대답하자 내 말을 들은 이규동은 꽤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나는? 내가 너한테 제일 잘해 주잖아.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