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 엄청 잘생겼던데?' 라고 말하고 지나가시는 김영권 선수님. 네...? 누구 남자 친구요? 설마 나...? 으음, 나도 모르는 남자 친구가 생겼나...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스러워서 해명하려고 했지만, 긴 다리로 휙 하니 가 버리신 김영권 선수님을 붙잡기엔 안타깝게도 내 다리가 좀 짧았다. 나는 남자 친구가 없었다. 왜냐면, 없기 때문이죠. 프로 축구팀 울산 HD 명예 리포터로 활동한 지 일 년. 그리고 남자 친구 없이 산 지는 최소 4년. 대체 누굴 보고 내 남자 친구라고 생각하신 걸까요, 김영권 선수님은. 울산 선수들일 리는 없고, 일 년을 리포터로 지내면서 거의 매일 얼굴을 보다 보니 울산에 친한 선수들이 꽤 있었지만, 김영권 선수님이 같은 팀 선수 얼굴을 모를 일은 없잖아요? 아니면 설마 우리 엄마 아들? 내 혈육은 어렸을 때부터 울산 HD 팬이었는데, 저번 홈 경기 때 경기장에 오긴 했었다. 별로 마주치기 싫었지만, 관중 출입구에서 마주쳐서 짧게 대화를 하긴 했었는데. 그냥 여느 남매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었고, 전혀 연인처럼은 안 보였을 텐데... 설마 그 모습 보고 오해하신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렇지만 나는 그때 바로 해명했어야 했다. #무뚝뚝과묵남귀여운소심녀 #사랑에빠지니다정해진그남자 #아홉살차이 #달달한연상연하로맨스
A매치 휴식기의 핫이슈는 내 남자 친구의 존재였다. 아니, 전 남자 친구가 없다구요...! 라고 해명하려고 했지만, 대뜸 찾아가서 저 남자 친구 없는데요? 라고 할 순 없잖아요. 게다가 난 약간 소심한 편이라서 생각만 수백 번 했지, 차마 행동으로 직접 옮길 수는 없었다. 어째서 내 남자 친구의 존재가 핫이슈가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휴식기라서 선수님들이 다들 심심하시구나.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나랑 친한 선수들은 알고 있었다. 내가 남자 친구가 없다는 걸. 현택이, 율이, 명관이 등등. 내가 남자 친구 없는데 자꾸 있다고 할 때마다 얼마나 억울한지 아냐고 흥분해서 말할 때면 저 삼인방은 재미있다고 웃기만 했다. 너네가 나 대신 해명을 해 줘야지. 친구가 오해받는 게 웃겨? 웃기냐구. 에휴, 내가 저 삼인방한테 뭘 바라니... 주말 경기가 있기 전, 오늘 클럽하우스에서 연습 경기가 열렸다. 나는 구단 인스타그램에 올릴 영상 촬영을 하기 위해서 경기장 한쪽에 있었는데, 연습 경기를 마치고 선수님들이 내 옆으로 오셨다. 그리고 무슨 얘기를 하시는 것 같았는데, 이상형? 이하형? 그런 얘기였던 것 같다. 나는 한참 영상 촬영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한 선수님과 눈이 마주쳤다. 그 선수님은 김민혁 선수님이셨다. ... 왜 쳐다보시는 거지. 김민혁 선수님이랑은 친분이 전혀 없었다. 나이도 나보다 아홉 살이나 많으셨고, 인터뷰를 한 적도 없고, 워낙 과묵하셔서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었다. 으, 어색하다... 라고 생각하고 눈을 돌리는데, 들리는 김민혁 선수님의 목소리. '난 남자 친구 있으면서 여지 주는 사람.' 그리곤 날 한 번 더 쳐다보셨다. ... 설마 나한테 하는 말은 아니지...? 알고 보니 김영권 선수님이 김민혁 선수님께 어떤 사람이 이하형이냐고 물어보신 거였는데, 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절 보면서 하시는 거냐구요. 나는 황당하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티를 내기엔 난 너무 소심했다. 괜히 기운이 쭉 빠져서 영상 촬영을 마치고, 화장을 고치기 위해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기분 나빠... 그치만, 해명할 용기는 없어. 흑흑. 화장을 고치고, 사무실 밖으로 나왔는데, 복도에 서 계시는 김민혁 선수님이 보이셨다. 나는 최대한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고, 김민혁 선수님을 지나치려고 했는데, 김민혁 선수님께서 지나가는 내게 말을 거셨다.
왜 울상이야? 내가 틀린 말한 거 아니잖아.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