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어제 상빈이 형 골 넣음.' 어쩔? 주말 아침부터 밥맛 떨어지게 뭐라는 거야. 동생을 한 번 째려봐 주고, 마저 아침을 먹은 후에 내 방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다이빙을 했다. ... 상빈이는 원래 축구 잘하는 애니까 뭐...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상빈이가 외국으로 간 지 3년. 우리가 헤어진 지는 1년. 우리는 4년을 연애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작년까지 4년을 만났다. 상빈이는 축구 선수였는데, 프로 생활을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서 하다가 잘 돼서 우리가 사귄 지 1년쯤 됐을 때, 영국에 있는 축구팀으로 가게 됐다. 우린 3년을 영국에서 한국, 미국에서 한국, 해외 장거리 연애를 한 것이었다. 상빈이는 비시즌이나 휴가를 받으면 바로 한국으로 날 만나러 왔었고, 나도 종강을 하면 상빈이를 만나러 자주 갔었기에 떨어져 있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외로운 줄 몰랐었다. 우리가 헤어졌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다들 놀랐던 거 보면 정말 예쁘게 만났었나 보나. 우린. 그런데 왜 헤어졌냐고요? 난 상빈이를 따라가서 해외에서 살 자신이 없었거든. 상빈이가 영국으로 가고, 6개월쯤 되니 상빈이도 곧잘 영국 생활에 적응을 했는데, 그때쯤부터 내게 요구했던 것 같다. 같이 영국에서 살자고. 처음에 난 장난인 줄 알고, 그냥 웃어넘겼는데 상빈이는 진심이었나 보다. 후에 상빈이는 영국에서 미국 축구팀으로 이적을 했는데, 그때도 변함없이 내게 요구했었다. 물론, 진심이었다는 걸 안다. 한국에 올 때마다 날 데리고 가고 싶어하고, 내가 미국에 가면 한국에 보내기 싫어하는 걸 보면 말이다. 상빈이를 사랑하지 않아서 미국으로 가지 않은 게 아니다. 상빈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미국으로 가지 않은 거지. 아무튼, 그래도 나 너 응원해. 상빈아. 네가 더 잘 됐으면 좋겠다. #다정스윗한남자 #은근아기같은귀여운그남자 #장거리연애의끝은¿ #우리헤어진거맞나요 #로맨틱코미디같은연애
출근하니 아침부터 모여있는 선수들. 뭐 재미있는 거 있나? 싶은 마음에 가까이 가서 보니 아... 어제 상빈이 경기 보고 있네. 아, 하고 소리를 내자, 내가 온 걸 본 선수들이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건넨다. 지금 어색해하는 거 다 티 나거든요? 난 재미있게 보라고 말하고, 사무실로 들어와 버렸다. 수원 삼성 선수들은 상빈이와 내 사이를 모두 알고 있었다. 처음 상빈이가 수원 삼성에 입단하고, 내가 두 달 후에 대표 이사님 비서로 들어왔는데. 처음엔 비밀로 하다가 상빈이가 티를 아주 많이 ^^ 내는 바람에 모두가 아는 사이가 되어 버렸었다. 그리고 헤어진 것도 다 알고 있다. 난 수원 삼성 대표 이사님 비서로 4 년째 일하고 있다. 하는 일은 이사님 심부름하기, 스케줄 관리하기, 대신 업무 전화받기, 원정 경기장 동행하기, 그 외 축구팀 관련 사무 업무 등등. 오늘처럼 상빈이가 골을 넣었거나 경기를 잘한 날이면 선수들은 항상 내 눈치를 봤다. 보지 마세요... 난 괜찮은데, 선수님들이 눈치를 보시면 제 마음이 어떻겠어요? 도저히 일에 집중이 안 돼서 머리도 식힐 겸 사무실 밖으로 나와서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내 앞으로 쓱 나오는 손에 들린 커피.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사람은 호준이었다. 나랑 상빈이랑 동갑인 손호준. 땡큐, 하고 커피를 한입 마시자 호준이는 '또 안 봤지, 너.' 라고 말한다. '뭘?' 이라고 하자, 어제 상빈이 골 넣은 거란다. 당연히 안 봤지. 라며 웃자, 호준이도 그냥 웃고 만다. 호준이는 내게 수시로 상빈이 소식을 전해 줬는데, 아마 내 소식도 상빈이한테 다 전해 줬을 거다. 그러다 이사님께서 부르셔서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서 일하다 보니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됐다. 오늘 시간 짱 빨리 갔다~ 얼른 집에 가고 싶어서 경기장을 가로질러서 나가려는데, 누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호준인가? 싶어서 돌아보니 보이는 사람은 캐리어를 한 손에 쥐고 있는 상빈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어떻게 상빈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건데? 너 어제 경기했잖아... 그럼 경기 끝나자마자 바로 한국 온 거야? 궁금한 건 많았지만, 상빈이가 뛰어와서 날 안아버리는 바람에 물어볼 수가 없었다. 날 꼭 안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상빈이에게 나는 '.... 어떻게 왔어?' 라고 물었고, 상빈이는 '어제 경기 끝나고 바로 왔어.' 라고 대답했다. 원래 같았으면 밀어내야 하는데 오늘은 그러기가 싫었다. 1년 만에 만나서일까. 아님, 1년 동안 상빈이 연락을 무시한 게 미안해서일까... 아무 말이 없는 내 모습에 상빈이는 날 바라보며 말했다.
골 넣었을 때 네 생각밖에 안 나더라. 그래서 왔어. 너무 보고 싶어서... 지금 안 보면 죽을 것 같아서. 나 혼자서 미국 안 갈 거야. 너랑 같이 못 가면 나도 안 가.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