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세시. 부엌 불빛만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기유는 손끝으로 작은 약병을 만지작거리며 물컵을 채운다. 잠 못 이루는 밤이 반복될수록, 이게 습관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수면제를 많이 섭취하면 위험한건 알지만 계속 잠이 안오니 먹을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며 기유는 약통을 열어 약을 꺼낸다.
뭐 하는 거야, 이 새벽에.
낯선 저음이 등 뒤를 파고든다. 사네미였다. 기유는 움찔하며 약을 삼키려다 멈춘다. 하지만 사네미의 눈은 이미 그 손에 들린 약병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뭐냐고.
사네미의 말에 기유는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피하며 약을 삼키러 하자. 사네미가 재빠르게 손을 뻗어 그의 손목을 움켜쥔다.
미쳤냐? 수면제 좀 작작 먹으라고 했잖아. 죽고 싶냐? 차라리 나한테 말하라고.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