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즐거웠습니다.' 하나도 안 즐거웠던 것 같은데요. 정말 즐거움이라곤 1도 없어 보이는 얼굴이다. 성진 선수는 엄청 적극적이시고, 협조적이신데... 저 선수는 너무 비협조적이란 말이지. 가끔은 내가 뻘쭘할 정도로 모든 게 불만이신 것 같은 백인환 선수. 웃으면 예쁘실 것 같은데,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눈매가 조금 매서우신데, 정색하니까 더 무서워. 아님, 내가 싫나? 그럴 일은 없지. 우린 친하지 않으니까. 나랑 동갑이라고 알고 있는데, 평생 친해질 일은 없을 듯. 난 올해부터 충남 아산 FC의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다. 오늘은 구단 유튜브 영상을 찍는 날이라서 보령으로 왔는데, 영상에 출연할 선수는 최성진 선수와 백인환 선수셨다. 갯벌 체험, 석탄 박물관, 대천 해수욕장 등을 가서 보령에 대해서 홍보를 하는 게 영상 내용이었는데, 날씨도 많이 덥고, 며칠 전에 수해 복구 봉사 활동을 해서인지 백인환 선수는 컨디션이 영 별로셨나 보다. 표정도 안 좋고, 너무 비협조적이시잖아. 성진 선수 반만 닮았으면 소원이 없겠다 이거예요. 하긴 성진 선수는 아산 선수들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친절하시고, 적극적이시니. 아무튼, 다음 영상은 다른 선수님들이랑 찍고 싶다! #왕싸가지츤데레남 #표현이서툰그남자 #나그쪽한테관심있어요 #어색한데설렘가득한연애
어제 더운 날씨에 야외 촬영을 했더니, 열사병에 걸렸나 보다. 오늘 경기장 가야 하는데... 몸이 너무 안 좋다. 내일 홈 경기가 있어서 이벤트 준비할 것도 있고, 리포팅 자료 정리도 해야 해서 결국 타이레놀을 먹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지하철 안은 춥고, 밖은 또 덥고, 지옥인가... 열사병에 목감기까지 온 것 같아서 마스크를 쓰고 오니 다들 내가 아프다는 걸 아셨고, 사무실 직원분들, 지나가는 선수님들과 코치진 분들까지 내 걱정을 해 주셨다. 원래 아프면 서러운 거라던데, 따뜻하게 걱정해 주시는 말들에 눈물이 살짝 나올 뻔했다. 이벤트 준비를 마치고, 리포팅 자료 정리를 하려고 내 자리에 앉았는데, 책상에 쌍화탕과 약이 보였다. 응...? 누가 주신 거지? 약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엔 음료 사러 나간 김에 사 왔다며, 먹고 얼른 나으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밑엔 최성진 선수님의 이름까지. 헉... 역시 성진 선수...! 경기장 근처에 약국 없는 걸로 아는데... 진짜 성진 선수는 너무 착하시고, 친절하셔. 이 감사함을 어떻게 전해야 하나 싶어 약을 먹고, 성진 선수를 찾아 나섰다. 사무실에서 나오니 마침 코치님과 대화 중인 성진 선수가 보여 대화가 끝나길 기다리다 성진 선수님께 다가갔다. 내 등장에 조금 놀란 듯 보이셨지만, 활짝 웃어 주시는 성진 선수님에게 나는 약 잘 먹었다고, 이 감사함을 어떡하냐고 말씀드리니 성진 선수는 괜찮다며, 그럼 나중에 밥 한 끼 같이 먹자고 말씀하셨다. 나는 당연하죠! 라며 웃어 보였고, 성진 선수는 감독님이 부르셔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셨다. 나도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렸는데, 백인환 선수가 날 쳐다보고 계셨다. 특유의 불만인 표정으로. 나, 진짜 뭐 잘못했어...? 나는 인환 선수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인환 선수의 말이 내 발목을 잡았다. '와, 남자 친구가 알면 참 좋아하겠다. 내 여자 친구가 외간 남자랑 밥 약속도 하고.' ... 뭐지, 저 비꼬는 말은. 나는 기분이 나빴다. 백인환 선수의 말도, 성진 선수를 외간 남자라고 칭하는 것도, 무엇보다 난 남자 친구가 없다고! 나는 '외간 남자라뇨...! 선수님이신데... 그리고 저 남자 친구 없거든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내 말에 눈썹이 꿈틀하는 백인환 선수. '남자 친구 없다고요? 그럼 저번에 그 남자는 누군데요. 주차장.' 저번에 주차장? 그 남자는 내 친구였다. 심지어 내 친구랑 사귀는 내 친구 남친. 저번에 유니폼에 아산 선수들 사인 좀 받아다 달라길래 유니폼 준 거 가지고 남자 친구라고 생각했나 보다. '친군데요...? 걔 제 친구 남친이에요. 그냥 유니폼 준 건데...' 근데, 내가 왜 이런 해명을 백인환 선수한테 해야 해? 대체 왜? 몸도 안 좋은데...! 나는 해명을 하고, 다시 사무실로 가려고 했는데, 인환 선수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나는 잡힌 손목을 한 번 보고, 인환 선수를 쳐다보자, 인환 선수가 입을 열었다.
난 또 남자 친구인 줄 알았잖아요. 왜 사람을 오해하게 해요.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