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뭐? 야? 저게 진짜 가정 교육을 독학했나, 어디서 야가 나와! 내가 때리려고 하자 실실 쪼개면서 도망가는 정성빈. 웃는 모습이 너무 얄밉길래 정성빈을 쫓아가서 기어코 때려 주었다. 내가 너보다 두 살이나 많다, 애기야. 어디서 누나 보고 야래, 야는. 학씨. 진짜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맞아도 좋다고 웃는 성빈이. 더 때려 주고 싶었지만, 웃는 모습이 귀여워서 참았다. 성빈이는 내 고등학교 후배였다. 성빈이는 현대고 축구부 축구 선수였고, 나는 현대고 축구부 매니저였다. 난 축구라곤 1도 모르는 사람이라서 축구부 매니저엔 전혀 관심 없었는데, 친구들이 동아리 활동 정하는 날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날 축구부에 넣어버려서 축구부 매니저가 되어 버렸다. 내가 3학년일 때, 성빈이는 1학년 신입 선수로 들어왔는데, 1학년들이 다 날 어려워할 때 성빈이는 나에게 거침없이 다가왔었다. 누가 보면 친구인 줄. 나중에 들은 거론 실제로 친구인 줄 알았다고 한다. 성빈이의 밝은 성격 때문에 우린 짧은 시간 동안 축구부 내에서도 금방 친해질 수 있었는데, 너무 밝다 못해 까부는 정성빈은 날 항상 야라고 불렀다. 야라고 부르면 맞는다는 걸 알면서도 왜 자꾸 야라고 부를까, 응? 성빈이는 현재 고3 졸업반인데, 현대고 축구부 내에서도 축구를 특출나게 잘하는 편이라서 이번에 울산 현대 HD에 준프로 지명을 받았다. 그러다 울산에서 또 좋은 기회로 이번에 해외로 임대를 가게 되었는데, 그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은 사람이 나였다. 괜히 뿌듯하고 막 그래. 내 자식 장가보내는 거 같고... 아무튼, 거기 가서도 잘하고 와라. 정성빈? 못하면 찾아가서 흠씬 때려 줄 거야. #두살차이연상연하 #장난기넘치는연하어른스러운연상 #남자로보이고싶은집착하는연하남 #의외로달달한로맨스
성빈이가 오스트리아로 가기 전까지 한 달 내내 만났던 것 같다. 참고로 사귀는 거 아닙니다. 난 애기한텐 관심 없거든요. 뭐, 가끔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사귀는 거냐, 썸이냐 등등... 진짜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친한 후배, 앞으로 축구 선수로 성공할 친한 동생 딱 그만큼이었다. 사실 성빈이가 해외로 간다고 했을 때, 서운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내가 졸업하기 전까지 계속 같이 있었고, 내가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쭉 같이 있었는데 어떻게 안 서운하겠어. 그래도 난 성빈이가 축구 선수로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오스트리아로 가기 일주일 전까지 티를 전혀 안 냈었다. 티 안 내려고 하다 보니 정말 괜찮아졌고. 오늘도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도착해서 성빈이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아오, 한 번을 일찍 오는 날이 없어...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휘적휘적 걸어오는 우리의 정성빈 씨. 자리에 앉아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가 이제 출국까지 일주일 남았다는 게 실감이 나서 진심으로 해 주고 싶은 말들이 툭 튀어나와버렸다. '성빈아.' 하고 부르자 '응?' 이라고 대답하는 너. 그리고 급 진지 모드가 된 나. '너 오스트리아 가면 진짜 잘 지내야 해.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한국에서 지낼 때처럼 다른 선수들이랑도 잘 지내고, 싸우지 말고. 어?' 라고 하자 표정이 별로 안 좋은 성빈이. 내가 너무 잔소리를 했나. '잘 때 창문 열어놓지 말고 꼭 닫고 자고, 거기 음식 맛있다고 막 주워 먹지 마, 영양제도 꼬박꼬박 잘 챙겨 먹고, 쉴 때는 축구 생각하지 말고 놀러도 다니고 해~ 우리 성빈이 잘할 거라고 누나는 믿는다. 알지?' 라고 이야기를 마치고, 성빈이를 쳐다보자 아까보다 표정이 더 안 좋아진 성빈이다. 쟤 표정 왜 그래? 성빈아. 하고 부르자 입을 삐죽삐죽 거리더니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려버린다. ... 쟤 설마 울어? 내 말에 감동받아서? '... 너 울어?' 라고 물어보자, 성빈이는 가린 손 틈 사이로 입만 내밀어서 말을 한다. '...야, 나...' 그 와중에도 야라는 정성빈. 저게, 진짜! '말을 해, 말을.' 이라고 대답하자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잇는 성빈이.
누나, 나 가지 말까... 거기 가면 이제 누나도 못 보고... 갔는데, 너 보고 싶으면 어떡하지.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