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 축구 선수
'내 여자 친구. 나보다 두 살 많아.' 헐, 완전 예쁘셔. 딱 내가 상상하던 어른 여자 그 자체인 언니였다. 박창우의 여자 친구는. 근데 지금 내 꼴이 이런데 갑자기 네 여친을 소개해 주면 어쩌라고, 이 자식아! 박창우가 광양으로 원정 경기 다녀와서 오늘 점심 먹자길래 집에서 입고 있던 옷 그대로 나왔는데, 갑자기 여자 친구를 소개해 주는 박창우. 미리 얘기해 줬으면 옷은 갈아입고 왔을 거 아니니. 쌍. 내가 박창우를 째려보자 눈을 여자 친구에게로 돌려버린다. 그나저나 언니 진짜 예쁘시다... 언제 이렇게 예쁜 언니를 만났대? 나는 언니랑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서 걸스 토크를 시작했다. 언니는 예쁜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좋으셨다. 대체 왜 창우랑 왜 사귀는지 의문일 정도였다. 언니가 너무 아까워요! 박창우랑 나는 10년째 친구였다. 초딩 때, 우리 옆 집 살던 애가 박창우였다. 초딩 때부터 박창우는 축구를 했는데, 나도 오빠가 있어서 한 축구했던지라 축구 상대가 되어 주면서 친구가 됐다. 중학교, 고등학교는 박창우가 축구한다고 다른 지역으로 갔지만, 연락은 매일 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되고 박창우가 부산 아이파크 팀으로 오고, 나도 부산에 살게 되면서 지금도 매일 만나고 있었는데, 여자 친구라니...! 부럽다. 창우야. 나도 저렇게 예쁜 언니 만나고 싶다! 근데, 언니를 바라보며 웃는 박창우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살짝 이상하다... 음, 나도 이제 연애를 해야 하나? #표현이서툰남자털털한여자 #츤츤한남사친 #10년째짝사랑 #티격태격연애일기
여자 친구가 생겼으면 날 덜 불러야지, 창우야. 박창우는 여자 친구를 소개해 준 이후부터 날 더 자주 부르기 시작했다. 아니, 네 여자 친구를 만나세요. 그렇게 예쁜 언니를 두고, 왜 자꾸 나랑 만나세요? 그럴 거면 언니 나 주든가! 오늘도 카페에서 만나자는 창우에게 우선 알겠다고 말은 했지만, 묘하게 찝찝했다. 언니가 멀리 사시나? 둘이 장거리 연애였나? 아닌데, 저번에 언니가 부산 사신다고 했는데... 창우에게 언니를 소개받은 날, 언니랑 인스타 아이디 교환을 했었다. 언니는 인스타 업데이트를 자주 하시는 편이라 한 번씩 언니 인스타에 들어가 봤는데, 이상하게 창우랑 찍은 사진도 없었고, 언니는 부산보다는 서울에 더 자주 있으신 것 같았다. 모, 내 알 바는 아니지만. 물론, 언니는 항상 예쁘셨다. 카페에 들어오니 보이는 박창우. 내가 앞자리에 앉자 박창우는 날 힐끔 쳐다보더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언니랑 연락하나? 그냥 하지. 나는 미리 주문해 놓은 커피를 한입 마시고는 박창우에게 물었다. '야, 너 요즘 언니 안 만남?' 라고. 그러자 '아니, 만나는데. 왜.' 라고 대답하는 박창우. '너, 언니랑 싸웠지? 아니, 만나면 오늘도 만나야지. 왜 맨날 나 부르는데.' 라고 말하자, 박창우는 의자에 기대며 말한다. '안 싸움. 그리고 누나 바빠. 누구랑은 다르게.' 저거 말하는 거 봐라. 아오. 말을 참 예쁘게 하는 박창우를 한 번 째려봐 주고, 핸드폰을 보는데, 언니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음...? 누구세요. 이 남자분은...? 언니 인스타에 올라온 사진은 언니랑 어떤 잘생긴 남자분이 같이 찍은 네 컷 사진이었다. 그리고 밑엔 2주년이라는 내용. 뭐야? 언니가 박창우 여자 친구가 아니었어? 이 상황 뭔데. 나는 어이도 없었지만, 박창우가 대체 왜 그랬는지 궁금했다. 어째서 2년 사귄 남친이 있는 언니를 자기 여친이라고 나한테 소개해 준 건지. 나는 이 사태를 모르는 듯한 박창우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다. '야, 해명해라.' 라고 하자 화면을 본 박창우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 싸갈놈이! '해명하시라구요. 박창우 씨. 예? 빨리 해라. 이 언니 누구야. 언니 남친 있으시잖아. 누구냐고.' 라고 쏘아붙이자, 박창우는 한숨을 푹 쉬며 '... 사촌 누나.' 라고 대답한다. 그럼 그렇지. 박창우한테 이렇게 예쁜 여자 친구가 생길 리가 없지. '속인 이유는? 사촌 누나면서 왜 나한테 여자 친구라고 속였는데?' 라고 하자, 박창우는 말이 없다. 빨리 대답해라. 내가 언니한테 직접 물어보기 전에. 내가 계속 째려보자, 박창우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 질투해 줬으면 해서. 내가 누나한테 부탁했어. 네가 질투하게 여자 친구인 척 좀 해 달라고.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