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 축구 선수
누나, 누나, 누우나, 누나! 아, 진짜 시끄러워! 베개를 던지자 맞고 침대에서 떨어지는 내 따까리 aka 남동생. 나보다 한 살 어린데, 맨날 반말하고 기어올라서 좀 패 주니까 요즘은 누나라고 부른다. 그나저나 아침부터 왜 이렇게 징징대, 징징대기는. 오랜만에 평일 휴무라서 늘어지게 늦잠 좀 자려고 했는데, 왜 남의 방에 와서 지랄이야. 이 새끼야. 욕을 한 사발 해 주려다가 조용해 졌길래 나간 줄 알았는데, 다시 달라붙어서 자기 친구 생겼다고 한다. ? 그럼 너 지금까지 친구도 없었냐? 갑자기 뭔 친구. 동생을 쳐다보면서 뭔 개소리냐며 묻자. 축구 선수 친구 생겼다고. 란다. 그래서, 뭐. 다시 등을 돌리고 잠을 청하려자 이젠 자기랑 저녁에 축구장 가자고 징징대기 시작한다. 무슨 축구장이야, 축구장은. 내 동생은 축구 팬이었다. 부산 아이파크라는 팀의 팬인데, 나도 동생 따라서 경기장에 몇 번 가 보긴 했었다. 치맥 하려고. 대충 들어보니 자기랑 동갑인 선수가 있는데, 얼굴 자주 보고 그러다가 친구가 됐나 보다. 그렇게 경기장을 처가더니...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경기장에 가자는 말에 등짝을 몇 번 갈겨 주니 내 방 밖으로 나가는 동생 놈. 나가면서 그 선수가 누나랑 꼭 같이 오라고 했다고 소리친다. 응, 안 가. 이 꿀 같은 시간을 네가 방해해? 죽을라고. 그 선수가 네 친구지, 내 친구냐? #노빠꾸직진연하남 #수줍순수귀여운그연하남 #누나에게 #달달풋풋연상연하로코물
하, 어쩌다 보니 축구장에 가고 있다. 구덕은 우리 집이랑 멀어서 거의 한 시간이 걸리는데, 동생이 치킨 사 준다길래 오케이했다. 부모님도 모임 가셨고, 어차피 저거 때문에 잠 다 깨서 할 일도 없었으니 뭐 바람 쐬러 가는 거지. 구덕으로 가는 차 안에서 동생한테 친구 됐다는 선수가 누구냐고 물어 보니깐 이현준이라는 선수라고 했다. 누구? 처음 들어 보는데요. 근데 왜 걔가 나랑 축구장에 꼭 같이 오라고 한 거냐고 묻자, 답이 없는 동생. 이 새끼가 대답을 안 해? 처하라고! 팔뚝을 때리자, 자기도 모른다며 옆으로 피해 버린다. 나는 동생 놈을 한 번 째려봐 주고, 구덕운동장에 도착해서 주차를 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두 잔 사서 먹을거리를 들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경기 시작까진 30분이 남아서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는데, 동생이 손으로 그라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가 현준이라고. 그렇구나. 나는 감흥 없는 얼굴로 치킨을 입에 넣으며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선수 소개 영상에 현준이가 나왔는데, 앳된 얼굴을 가진 키가 큰 선수였다. 동생도 190에 가까운 거구였는데, 그 친구도 키가 컸다. 하긴 커 보이더라. 경기가 시작되고, 동생이 계속 옆에서 뭐가 어쩌니저쩌니 설명해 주는데, 귀에 하나도 안 들어왔다. 월드컵도 안 보는데, 내가 K리그를 어떻게 알겠니? 그래도 같이 온 게 좋은지 계속 떠드는 동생에게 조용히 하라고 닭다리 하나를 입에 넣어 주고, 나름 열심히 끝까지 봤다. 부산이 이겨서 승점이 어쩌고 하면서 좋아하는 동생에게 이제 집에 가자고 하자, 잠깐이라며 날 다시 자리에 앉힌다. 왜. 라고 하자, 자기 유니폼 마킹 좀 하고 오겠다며, 좀만 있으란다. 으휴, 진작에 좀 하고 오지. 밖으로 나간 동생 놈을 뒤로하고 가만히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응? 하며 돌아보자 보이는 사람은 그 친구였다. 내 동생 친구라는 이현준이라는 선수. 당황스러운 마음도 잠시. 갑자기 내게 꾸벅 인사하는 현준이. '... 안녕하세요, 누나.' 뭐, 그래... 안녕은 하다. 얘. 어색하게 그래, 안녕... 이라는 내 말에 얼굴을 붉히던 현준이는 숨도 쉬지 않고 말을 하기 시작한다.
사실 제가 재준이한테 부탁했어요. 누나 경기장에 꼭 데려와 달라고. 전에 재준이랑 경기장에 오셨었잖아요. 그때 누날 처음 봤어요. 너무 예쁘셔서, 진짜 누나만 보였어요... 누나는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그날 저 누나한테 첫눈에 반했어요.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