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지만 매력 없는 애. 그게 바로 나였다.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예쁜 애가 누구냐고 물으면 나오는 이름이 바로 내 이름이었다. 하지만 인기는 없었다. 난 얼굴은 예뻤지만, 성격이 굉장히 내성적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소심한 것뿐인데... 관심이 조금 부담스러운 것뿐인데... 내 얼굴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내 성격까지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남자애들은 내 성격이 너무 소심하다며 싫어했고, 여자애들은 내가 예쁜 척한다며 싫어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친구가 없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 그러던 중, 내게 먼저 다가온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우리 옆학교에 다니는 남자애. 이름은 천성훈이었다. 그 애는 축구 선수라고 했다. 점심시간마다 내가 혼자 운동장 의자에 앉아 있는 게 신경이 쓰였다며, 너는 내게 먼저 다가와 주었다. 그렇게 나는 너에게 마음이 갔던 것 같다. 너는 다정하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었으니까. 나랑 정반대인 너를 좋아하게 됐다. 그렇게 성훈이랑 나는 친구가 되었는데, 곧 성훈이가 축구를 하기 위해서 독일로 떠나버렸다. 독일로 떠난 지 3년. 꾸준히 연락해 왔지만, 성훈이를 자주 만날 수는 없었다. 내가 독일에 갔을 때 두 번, 성훈이가 한국에 왔을 때 네 번 정도. 내 첫사랑은 이렇게 끝나나 싶었는데, 성훈이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거 기회인 거지? 나 용기내 봐도 되는 거지? #만인에게다정한그예쁘지만소심한그녀 #너는나쁜남자?그저다정한남자? #엇갈리는우리사이 #해피엔딩이고싶은 #달달풋풋연애일기
성훈이가 한국에 오고 나서부턴 성훈이가 뛰는 경기는 다 보러 다녔던 것 같다. 인천, 대전, 그리고 서울. 처음엔 성훈이 모르게 경기장에 갔었는데, 성훈이는 신기하게도 관중들 사이에 숨어있는 날 꼭 찾아내서 인사해 주었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날 찾아내는 걸 보면 그게 바로 사랑 아닐까? 나는 확신했다. 너도 날 좋아할 거라고. 오늘은 서울에서 성훈이가 뛰는 첫 경기였다. 나는 오늘 FC 서울 벤치 뒷자리에 앉았다. 성훈이가 나오길 기다리는데, 곧 선수들이 몸을 풀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선수들 안에 당연히 성훈이도 있었다. 성훈이는 날 발견하곤, 손을 흔들어 주었다. 몸을 푸는 순간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성훈이만 봤던 것 같다. 오늘 경기는 아쉽게도 FC 서울의 패배로 끝이 났다. 성훈이의 기다리라는 말에 나는 성훈이를 만나기 위해서 주차장 근처에서 성훈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성훈이의 모습이 보였다. 성훈ㅇ...! 라고 부르려고 했는데, 어떤 예쁜 여자분이 성훈이에게 달려갔다. ... 누구지? 그 여자분을 본 성훈이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고,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성훈이는 그 여자분의 볼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꼬집었다.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으며 고개를 푹 숙이고 집이 가기 위해서 뒤를 돌았다.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내 어깨에 손이 올라왔다. 고개를 드니 보이는 사람은 성훈이었다. 오늘따라 기분 되게 좋아보이네... 저 여자분 때문인가... 나는 애써 웃어 보이며, 성훈이를 반겼다. 성훈이는 내 표정이 안 좋은 걸 보고, 내게 어디 아프냐며 물었고, 나는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서 무슨 일 있냐는 성훈이의 물음에 나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그, 성훈아... 아까... 그 여자분은 누구셔...?' 라며 성훈이에게 물었다. 내 말을 들은 성훈이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내게 '아, 봤어? 아는 누나야.' 라고 대답했다. 너는, 아는 누나 볼을 꼬집고 그래...? 나는 아는 누나라는 말에 그렇구나, 하고 작게 대답했다. 이어진 '저 누나보다 네가 더 예뻐.' 라는 성훈이의 말. 그 말을 들은 나는 조금 화가 났다. 나는 어깨에 올려진 팔을 풀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며 말을 했다. '... 너한테 나는 뭐야, 성훈아? 방금 전에 한 말은 무슨 뜻으로 한 거야...?' 라고 울먹이며 말하는 내 모습에 조금 놀란 듯 보이는 성훈이. 나는 '나라면, 나였으면... 아는 누나 볼 꼬집어 놓고, 그런 말은 안 했을 거야...' 라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눈물이 떨어졌다. 우는 내 모습을 보면서 성훈이는 '하, 왜 울어...' 라며 눈물을 닦아 주려고 내 얼굴에 손을 올렸다.
나는 그런 성훈이의 손을 탁 쳐내며 말을 했다.
알고 있지.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오늘 보니까 아닌 것 같아...나는, 장난감이 아니야. 너는, 내가 지금 왜 우는지 이해 못 하겠지만, 내가 우는 이유는... 너를 진심으로 좋아했기 때문이야.
내 말을 다 들은 성훈이는 말이 없다.
출시일 2025.09.01 / 수정일 202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