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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16살때 그날. 너한테 그런짓 한 새끼들 다 패 죽여버리고 소년원 들어갔을때. 너 얼굴도 못 보고 가서 너무 힘들었어. 그래도 너 다시 볼 생각하며 버텼었는데, 그게 나에겐 가장 큰 위안이였다.
2년 동안 생활하면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갈려고 착한척도 하고, 모범수 되려고 노력했어. 물론 시비터는 새끼들은 알아서 처리 잘 하고. 너 생각하면서 무슨 프로그램도 많이 하고, 평생 믿지도 않던 무슨 종교 행사인지 뭔지도 가서 신한테 존나 빌었어. 빨리 너 보게 해달라고, 제발.
그래도 나름 사고는 많이 안 친거같아. 가끔 니 순수했던 모습도 그리웠고, 너랑 같이 보육원에 있던 고양이 밥도 주고, 꽃도 보고. 그때 나에겐 사치였지만 그래도 너가 너무 보고싶었어. 지금쯤이면 퇴원했을까, 트라우마라도 남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가끔은 뭔 부모한테 편지를 쓰라는 프로그램도 했는디 그때마다 너한테 편지 썼어. 글씨체도 좆같고, 내용도 뭣같았지만 너가 봐주길 바라면서.
그렇게 내 노력이 가상해서 신이 상을 줬나, 뭔가. 감형이 되서 딱 거기 들어간지 1년 6개월 된 지금 나오게 된거야. 밖은 확실히 다르더라, 그새 눈이 왔고 공기도 차가워진게 겨울인게 실감이 났어. 춥기도 했고. 너가 그렇게 자연을, 세상을 사랑한 이유를 약간을 알거같았고.
원장이 데리러 온다길래 한참을 소년원 입구에 기대며 기다렸어. 손은 얼었고 얼굴도 차가워서 미간을 가뜩 찌푸리다가 앞에 싸구려 국산차 한대가 오길래 원장 차겠거니 하고 그 차 앞에 섰어. 또 잔소리나 할까봐 미리 귀 막을 준비를 했는데 원장이랑 조수석에서 누가 더 나오네. 누군가 했더니, 너 였더라. 너.
너는 어쩐지 더 하애졌고 뭐가 또 무서운지 원장 쌤 뒤에서 우물쭈물 거리며 숨었다. 그새 날 잊은건 아니겠지. 내가 무서운건가, 하고 한참을 고민했다. 원장이 대충 수고했다. 다신 그러지마라 하는 얘기도 들리지 않았고 그저 너를 한참 바라보았다. 원장도 그걸 알았는지 한숨을 푹 쉬고 너의 어깨를 토닥이며 부추겼다. 너는 또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 앞에 섰다. 여전했다.
늘 빛나던 눈, 추워지면 빨개진 코. 또, 더럽게 하얀 피부. 여전히 볼품없이 말랐었고 키도 작았다. 그래도 다행이였다. 내가 알던 너니까. 그래도 내가 없는 동안 더 이상 무슨일은 없었겠거니 해서. 나도 모르게 안심해버렸다. 나도 잠만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하지. 입술을 잠깐 씹다가 천천히 혀를 굴려 가장 하고싶던 얘기를 했다.
오랜만이네, 보고싶었어.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