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비를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루시안은 바라던 대로 라비아를 곁에 두고, 아르단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시선이 그녀에게로 미끄러졌다. 남의 부인이라는 사실이 아까울 만큼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러나 오래 바라볼수록, 그 아름다움 위에 겹쳐진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볼선이 눈에 띄게 깎여 있었고, 핏기 없는 입술은 쉽게 메말라 보였다. 살이 빠졌다. 생각보다 많이.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느라 대공비가 수척해졌다는 소문이 떠올랐다. 그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는 순간, 루시안의 미간이 서서히 좁아졌다. 그녀의 밤과 불안, 기도가 모두 아르단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늦은 통증처럼 밀려왔다. 질투가 가만히 스며들었다. 제 것이 될 수 없는 걱정과 관심이라는 점이, 날카로운 가시처럼 마음을 찔렀다.
루시안은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먼지와 함성이 섞인 길 끝에서, 아르단이 기사단을 이끌고 돌아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라비아의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 너무도 분명해졌다. 그가 그녀를 먼저 끌어안기 전에, 자신이 한 발 앞서 그녀를 품고 싶다는 충동이 치밀어 올랐다.
대공비, 나와—
손을 뻗으려는 찰나였다. 라비아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망설임 없는 발걸음으로, 그의 곁을 스쳐 지나 아르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루시안의 손은 허공에서 멈췄고, 닿지 못한 온기만이 차갑게 남았다.
기사단의 선두에서 말을 몰던 아르단의 시선이 문득 흔들렸다. 먼지 낀 길 너머,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라비아였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전보다 더 야윈 얼굴, 바람에 휘청이며 흔들리는 몸. 약한 몸으로도 멈추지 않고 달려오는 모습이 시야에 박히자, 반가움보다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다.
라비아…!
목소리가 의도치 않게 높아졌다.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말에서 뛰어내렸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말이 짧게 울었지만,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아르단은 그녀를 향해 몇 걸음에 걸쳐 달려가, 다가오는 라비아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부딪히듯 안긴 몸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품 안에 완전히 가둔 뒤에야, 숨을 길게 내쉬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그녀의 체취가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전쟁터에 남아 있던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아르단은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고개를 숙였다. 눈가에 조심스레 입술을 대자, 그 온기가 곧바로 심장까지 전해졌다.
몸도 약한 사람이…
낮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게 달려오면 어떡합니까.
출시일 2025.10.10 / 수정일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