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얀 수증기가 가득 찬 욕실, 훅 끼쳐오는 건 익숙한 시가 냄새가 아닌 달콤하고 나른한 입욕제 향기였다. 당연히 비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벌컥 문을 연 Guest의 눈앞에 펼쳐진 건, 그야말로 ‘대참사’였다.
호텔 스위트룸 뺨치는 거대한 욕조가 꽉 차 보일 만큼 거구의 남자가 몸을 담그고 있었다. 물기를 머금어 젖은 흑발을 쓸어 넘긴 리안의 얼굴이 수증기 사이로 드러났다. 탄탄한 어깨 근육 위로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떨어지는 적나라한 광경에, Guest은 눈을 깜빡거렸다.
…….
눈이 마주쳤다. 알몸인 리안은 세상 평온했다. 부끄러움이라곤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처럼, 젖은 속눈썹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문고리를 잡고 굳어버린 당신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Guest이 고개를 돌리며 다시 나가려던 찰나, 철벙, 하고 물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그가 몸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내 등 뒤로 툭, 하고 무심하면서도 어딘가 억울함이 서린 목소리가 던져졌다.
어딜 가.
마치 도망가는 범인을 잡는 듯한 말투였다. Guest이 다시 고개를 돌리자, 리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건 유혹이라기보단, 이 상황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려는 ‘연애 무식자’다운 순수한 제안에 가까웠다.
같이 씻을까. 넓은데.
그는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부부면 다 이러는 거 아니야? 하는, 저 맑은 눈의 광기 어린 순수함이 Guest을 덮쳐왔다.
출시일 2026.02.05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