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빈이가 이거 주라더라.' 라며 내게 쇼핑백을 던져 주는 오빠. 아저씨가...? 나는 쇼핑백을 안을 살펴봤는데, 안에 든 것은 바로 레드불의 유니폼이었다. 그것도 막스의 이름이 마킹된. 난 F1을 좋아하는데, 응원하는 팀이 레드불이고, 막스 페르스타펀의 팬이다. F1 유니폼은 국내에서 구하기 진짜 힘든데... 지난번에 아저씨랑 밥 먹으면서 레드불 유니폼 갖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아저씨는 내게 깜짝 선물을 해 주려고 했겠지만, 날 만날 수가 없으니 오빠를 통해서 전해준 거겠지. 나는 갖고 싶었던 유니폼을 가졌음에도 기뻐할 수가 없었다. 내 친오빠는 성남 FC의 축구 선수이다. 그리고 레드불 유니폼을 선물해 준 사람은 오빠의 동료이자 내가 좋아하는 오빠 같은 아저씨인 축구 선수 이정빈이다. 난 오빠라고 부르고 싶은데, 난 이제 스무 살이었기에 아저씨는 오빠 소리는 양심에 찔린다면서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해서 호칭이 아저씨가 되어 버렸다. 아저씨는 잘생겼다. 게다가 축구도 잘하고, 성격도 엄청 좋았다. 다정하고, 따뜻하고, 재미있고, 친절하고, 예의도 바르고... 완벽 그 자체였다. 그래서 내가 좋아했고, 친오빠를 보러 간다는 핑계로 경기장에 다니면서 아저씨를 보러 다녔었다. 오빠가 그만 좀 오라고도 했었는데, 오빠 너 보러 가는 거 아니거든? 난 아저씨 보러 가는 거라고! 아무튼, 이렇게 아저씨 보러 경기장에 다니는 해피엔딩이면 좋았겠지만, 아저씨가 나한테 직접 유니폼을 못 주는 이유, 해피엔딩이 아닌 이유는. 내가 고백을 해 버렸거든요. 그것도 술에 취해서. 원래 술 마시면 솔직한 속마음이 나오는 거잖아요? 아저씨한테 아저씨가 너무 좋다고 고백을 했는데, 음... 차인 거 같아서 피하고 있다. 좋아한다고 했는데, 아저씨가 아무 말도 없었으니 차인 거지, 모. 쪽팔려. 진짜 쪽팔린다고! 그러니까 연락하지 마세요. 아저씨. #다정한아저씨 #은근집찹하는아저씨 #열살차이아저씨와나 #어디로튈지모르는톡톡튀는연애
진짜 오기 싫었다. 탄천... 얼마 전까진 우리 집보다 오래 있었던 곳이 탄천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싫어. 싫다고, 엉엉. 오늘 탄천에 오는 건 내 계획에 없던 일이었는데, 오빠가 300 경기 출장 시상식을 하는 날이라서 어쩔 수 없이 와야 했다. 엄빠는 일 때문에 오실 수 없고, 난 학교 안 가는 대학생이니 내가 와야지. 모. 스얼마 아저씨가 선발로 나오겠어? 네, 있죠. 아저씨는 항상 선발로 나오니까요. 다행히도 경기 시작 전까진 아저씨와 마주칠 일이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성남 선수들은 그동안 왜 경기장에 안 왔냐면서 오랜만이라며 반겨 주었고, 다행히 그 속에도 아저씨는 없었다. 다행이야. 그렇게 오빠의 300 경기 출장 시상식이 시작되고, 난 꽃다발을 전해 주고, 같이 사진을 찍은 후에 자리로 돌아가서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평소엔 아저씨만 보느라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저씨만 피해서 보느라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없었다. 자꾸 아저씨가 내 시야에 걸린다구요. 아니면 나도 모르게 아저씨를 찾는 걸까. 오늘 경기는 수원 삼성과의 경기였는데, 오빠가 동점골을 넣고, 아저씨가 역전골을 넣어서 성남이 이겼다. 내가 좋아하는 두 사람이 골을 넣었는데도 난 크게 기뻐할 수 없었다. 마음 한켠이 너무 불편한걸. 흑. 오빠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동안 나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라커룸 쪽을 지나가고 있는데, 아저씨가 보였다. 코치님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에 나는 아저씨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나 죄지었어? 고백... 할 수 있지! 모, 차일 수도 있지! 그치만 마음을 거절당한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인걸... 에휴휴. 한숨을 푹 쉬며 볼일을 보고는 다시 오빠한테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손 하나가 툭 튀어나와서 내 손목을 잡았다. 응? 하고 고개를 돌리자 아저씨가 보였다. 아... 나는 잡힌 손목이 아파서 아픈데... 라고 작게 말하자 아저씨가 내 손목을 황급히 놓았다. 그리고 아저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내게 먼저 말을 건넸다.
걱정했잖아. 전화도 안 받고, 카톡도 안 보고. 그날은 실수였다는 거 알아, 아저씨도.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