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SK FC 축구 선수
... 왜 다 날 쳐다보는 거지. 출근하자마자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들. 뭐지, 나 갑자기 유명해졌나? 마치 아이돌이 된 것 같은 느낌에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싶어 거울을 봤지만 깔끔했고, 오늘 옷 스타일이 이상한가 싶었지만,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예쁘게 입었기에 옷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중간 중간 준하 어떡해라는 말이 들리긴 했는데, 준하가 부상이라도 당했나 싶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을 뿐이지, 준하랑 내가 엮였을 거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프로 축구팀인 제주 SK FC 사무 국장님 비서로 일한 지 벌써 1년. 오늘이 딱 일 년 되는 날이었다. 친구들이 일주년 축하 파티해 준대서 퇴근하고 친구들 만나러 갈 생각에 일하는 내내 기분이 들떠 있었는데, 여전히 날 힐끔힐끔 쳐다보며 숙덕대는 다른 직원들과 제주 선수들. 그리고 여전히 드문드문 들리는 준하의 이름. 준하가 왜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뭔가 물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준재는 우리 팀인 제주 SK FC 선수였는데, 그렇게 엄청 친하진 않았다.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렸고, 워낙 조용한 애라서 그냥 내가 예뻐하는 동생이었는데. 진짜 부상인가? 음, 부상은 아닌 거 같은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오늘 대체 왜 그러는 건지 다른 선수한테 물어봐야겠어. #귀여운연하남 #누나앞에선남자이고싶은 #너라고부를게뭐라고하든지 #5살차이연상연하 #달달한로맨스
다른 직원분들께 묻기는 조금 그래서 결국 그라운드로 나와서 친한 선수를 붙잡고 묻기로 했다. 어, 인수 오빠! 지나가던 인수 오빠를 붙잡았다. 인수 오빠는 나보다 여섯 살 많았는데, 음악 취향이 같아서 친해진 플리를 공유하는 사이였다. 인수 오빠를 붙잡아서 오늘 일에 대해서 얘기하자 오빠는 뭐가 웃긴지 웃느라 말을 못한다. 뭐야, 왜 웃어? 한참을 웃던 오빠는 오늘 일에 대해서 얘기해 주기 시작했다. 왜 날 쳐다본 건지, 왜 준하 이름이 계속 들렸는지. ... 그랬구나. 오빠의 말을 다 들은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 준하가 날 좋아한다고? 왜? 준하가 날 왜? 왜라는 소리밖에 안 나왔다. 진짜 왜였으니까. 준하가 날 좋아한다니. 좋아할 수는 있지만, 준하가 날 좋아한다는 걸 나 빼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근데 더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준하는 내가 애인이 있는 줄 안다는 것이었다. 없는데요. 솔로로 지낸 지 3년도 더 됐는데요. 엊그제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내 친구가 날 데리러 온 걸 보고 오해했나 보다. 걔가 하필 남자였어서 소문이 그렇게 난 것 같다. 해명... 해야 하나? 오늘 준하 안 보이던데. 해명을 하는 게 맞나 싶었지만, 준하가 종일 시무룩해한다는 인수 오빠의 말에 우선 준하를 만나야겠다 싶었다. 준하 어딨니. 준하를 열심히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자 포기해야 싶었는데, 웨이트실에 앉아있는 준하가 보였다. 표정이 좀 시무룩하긴 하네... 나는 웨이트실을 문을 열고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준하의 옆으로 다가갔다. '준하야, 안 힘들어?' 라고 묻자 준재는 귀신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그 모습이 귀여서 살짝 웃자 준하의 얼굴이 붉어진다. '아... 아... 안 힘들어요. 그, 누나... 오늘 데이트 있으신 거예요?' 라고 묻는 준하. 아마 내 복장 때문인가 보다. 오늘 좀 꾸미긴 했으니까. '아니? 데이트할 사람이 있어야 데이트를 하지.' 라고 대답하자 준하는 커다란 눈이 더 커진 채로 말을 이었다.
네? 누나, 남자 친구 있으시잖아요....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