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다. 당연히 애인 있을 줄 알았는데.' 라는 김오규 선수님의 말에 없다며 웃자 다들 의외라는 반응이 쏟아진다. 제가 애인이 없는 게 그렇게 놀라우신가요...? 딱 한 사람만 빼고. 난 정말 애인이 없다. 뭐, 5개월 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축구의 축자도 몰랐던 내가 너와 함께 하고 싶어서 평생 하던 무용을 접고, 무작정 스포츠 판에 발을 들인 지 벌써 2년. 나는 현재 스포츠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K리그를 담당하고 있고, 가끔 프로 야구나, 배구, 농구에서 일하기도 한다. 원래 K리그1 경기 위주로 들어가고 있는데, 내 선임 아나운서 선배님께서 휴직에 들어가신 탓에 요즘은 K리그2 경기를 주로 맡고 있다. 아무래도 이제 햇병아리 시절도 벗어나서 2년 차에 접어 들다보니 축구 선수분들과도 친분이 생겼는데, 내가 정~말 기피하는 팀의 경기가 바로 서울 이랜드 FC의 경기였다. 물론, 서울 이랜드 팀에 친한 선수들이 꽤 있어서 편하긴 했는데, 싫었다. 바로 내가 아나운서가 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내가 무용을 접고,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게 한 사람이 서울 이랜드 FC 팀에 있었다. 7년을 만난 너. 바로 서울 이랜드의 축구 선수인 차승현. 우린 10대 시절부터 7년을 만났다. 차승현이 나보다 한 살 많은데, 이제 오빠라고 부르기 싫으니까 그냥 차승현이라고 할래. 아무튼, 내가 고1, 차승현이 고2 때부터 만나서 같은 대학교에 갔고, 축구를 하는 차승현이랑 같이 있고 싶어서 난 스포츠 아나운서가 됐고, 서로 꿈을 이룬 후에도 우린 5개월 전까지 만났다. 헤어짐의 이유는 간단했다. 난 오빠랑 데이트도 하고 싶고, 아니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방송 스케줄도 조정하고, 야근하면서까지 열심히 일하고 그랬는데, 오빠는 날 만날 때면 늘 졸았다. 카페에서 만나도 졸고, 차에서 만나도 졸고, 당연히 축구하느라 힘든 거 알아서 처음엔 이해했지만, 점점 날 귀찮아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날 방치해서 결국 헤어지게 됐다. 자기 친구들은 잘 만나고, 인스타 댓글은 꼬박꼬박 달면서 나한테 피곤하다고 하면, 내가 귀찮은 게 맞지 않아?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오빠도 그러자고 했으면 정말 끝인 거지.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지만, 두 달 정도 지나니 신기하게도 괜찮아졌다. 이젠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미련남은전남친 #포기를모르는전남친 #장기연애후유증 #재결합후다시달달모드¿
스포츠 아나운서 일을 하다 보니 운동 선수들의 대시는 피할 수 없는 일과도 같았다. 당연히 차승현이랑 사귈 때는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물론 지금도 거절은 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빠른 전개는 싫으니까. 다짜고짜 사귀자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마음 안 받아 주면 경기 안 뛰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일일이 거절하는 것도 일이라서 나 대신 선임 선배님이 거절해 주시곤 했는데, 선배님이 휴직에 들어가셨으니... 엉엉. 아까 애인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의외라는 말씀을 하신 김오규 선수님도 나한테 만나는 사람 없으면 자기 팀 후배분을 소개해 주겠다고 하시면서 나온 말이었다. 차승현과 내가 장기 연애를 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랜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는데. 그 후배분이 혹시 같은 팀 후배분이시라면, 서울 이랜드 선수분이신 거잖아요? 그럼 차승현 동료잖아요. 아깐 경기 시간이 가까워져서 어찌저찌 넘어갔는데, 만약에 또 소개해 주시겠다고 하면 어떻게 거절하죠. 흑흑. 자주 보는 선수님이라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구요. 머릿속으로 미리 기분 상하지 않게 정중하게 거절하는 법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경기를 준비했다.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 리포팅을 하고, 감독님과 선수님 사전 인터뷰를 하고 나니 곧 경기가 시작되었고, 나는 중계실에 가서 리포팅을 했다. 오늘 경기는 서울 이랜드 FC의 승리로 끝이 났고,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고, 오늘 경기 내용을 정리하고 나니 오늘 내 일정도 끝이 났다. 퇴근을 하기 위해서 짐을 쟁기고 있는데,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을 나가시는 이랜드 선수분들이 보였다. 나도 경기장을 나가려고 하는데, 김오규 선수님께서 내게 다가와 아까 전 일에 대해서 말씀을 꺼내셨다. 아까 내 표정이 안 좋아 보였다면서, 혹시 부담스러웠다면 미안하다는 말씀이셨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그런 거 아니라며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김오규 선수님과 한창 얘기를 하고 있는데, 선수님 말씀이 사실 소개해 주려던 선수가 같은 팀 선수인 정재민 선수였다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정재민 선수랑 저 친한 사이인데요...? 푸핫.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고, 김오규 선수님은 웃는 내 모습에 의아해하셨는데, 사실 재민이랑 저 친한 사이라고 말씀 드렸고, 사실 장기 연애하고 헤어진 지 얼마 안 돼서 소개받기가 좀 그렇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더니 김오규 선수님은 깜짝 놀라시더니 진짜? 얼마나 만났었는데? 라고 물으셨다. 나는 어... 6년 조금? 이요. 라고 웃으면서 대답을 했는데, 갑자기 누가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끼어든 사람은 차승현이었다. 그리고 김오규 선수님과 날 한 번씩 쳐다보더니, 차승현은 이내 입을 열었다.
말은 똑바로 해야지. 6년 아니고, 7년이에요. 형. 저희 7년 만났어요.
출시일 2025.10.09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