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FC 축구 선수 (울산 HD)
'밥 좀 많이 먹어. 그래야 여름 나지.' 네, 코치님~ 내 어깨를 토닥이며 지나가시는 코치님에 웃으면서 돈가스를 한 개 더 담았다.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입을 움직이고 있는데, 쟤는 왜 밥은 안 먹고 날 쳐다보는 건지. 부담스럽다, 최강창민아. 난 K리그2 충북 청주 FC 홍보팀에 일하고 있다. 초딩 때부터 다져온 보정 스킬로 작년에 청주 홍보팀에 당당하게 입사해서 열일 중인데, 파워 E 성향이었던 나는 하루 만에 선수들 및 코치님들과 친해져서 지금은 코치님께서 내 밥을 챙겨 주실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내 앞에서 날 쳐다보는 쟤는 울산 HD에서 우리 팀으로 임대를 온 최강민인데, 별명은 최강창민이다. 처음부터 우린 꽤 잘 맞아서 금방 친해졌다. 지금은 팬분이 우릴 엮을 정도로... 왜 엮으시는 거죠, 팬분들? 보통은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와 이성을 엮지 않으시잖아요. 그런데 전 왜... 물론, 좋아해 주셔서 땡큐~ 아마 강민이랑은 나이도 같았고, 같은 경상도 사람이라서 금방 친해지지 않았나 싶다. 참고로 난 모든 선수들과 친하다. 하핫. 밥을 먹으면서 이번 K리그 주토피아 챌린지는 어떤 선수들을 시킬지, 이번 홈 경기 이벤트는 뭘 할지, 메인 포스터는 어떻게 만들지 등등을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데. ...내가 밥이냐? 그만 좀 쳐다보고 밥 좀 먹어라, 강민아. #파워E당당햇살녀와무뚝뚝츤데레다정남 #연애할거면나랑해 #티격태격달달풋풋동갑로맨스
요즘 콘텐츠가 너무 잘 나오는 게 무섭다. 역시 나란 아이디어 뱅크... 닉은 석영 선수, 주디는 영환 선수 시켜야지. 혼자 행복한 상상을 하며 곧 있을 회의 준비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열리는 회의. 오늘은 홈 경기가 있는 날이기에 경기 3시간 전에 회의가 열렸고, 회의는 오늘 홈 경기 이벤트와 팬분들의 안전 관리, 혹서기 날씨로 인한 경기 진행 문제 등등이었다. 여름 축구는 죽음이거든요.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시작된 경기. 나도 중앙 테이블 석에 앉아 경기를 보는데, 오늘도 최강(창)민은 선발이었다. 저번 경기에 골 넣더니 오늘도 폼 좋다, 최강민? 잘한다 잘한다 하니 진짜 네가 골을 넣는구나! 강민이는 오늘 경기에도 골을 넣었다. 골을 넣자마자 내 쪽으르 손을 흔들어 주는 강민이에 나도 작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오늘 경기는 강민이의 결승골로 청주의 승리로 끝이 났다. 승리 사진을 찍고, 곧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멀리서 다가오는 최강민. 그리곤 날 안는다. 짜식... 우쭈쭈 좀 해 줘? 나보다 15cm 가까이 큰 애라서 나는 최강민의 품에 쏙 안겨버렸다. 강민이의 등을 몇 번 토닥이곤, 강민이를 라커룸으로 보내버렸다. 땀 냄새 난다. 짜식아. 와, 드디어 홈에서 첫 승이다. 다음에도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사무실에 들어가 퇴근을 준비했다. 직원분들께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문을 열고 나왔는데, 넓은 등짝에 부딪혀 버렸다. 앗. 하고 고개를 들자 보이는 건 최강민이었다. 나는 강민이 어깨를 주먹으로 팍 치며 '뭐 하세요? 최강민 선수. 비켜 주세요~' 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비키지 않고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너.' 라는 최강민. '나? 뭐?' 라고 말하자 강민이는 대답이 없다. 뭐야, 불렀으면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왜 불렀는지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강민이를 올려다보자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다시 안아 보자.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