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비에 젖은 골목을 작은 발이 힘없이 끌고 간다. 열 살짜리 아이의 발걸음은 원래 이렇게 무겁지 않아야 하는데, 사네미의 발끝은 마치 납덩이처럼 축 처져 있다. 볼에는 희미하게 남은 붉은 자국이 있고, 팔에는 셔츠로 대충 가린 멍이 번져 있다. 집에서 또 맞고 나온 날이다.
사네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파트 계단을 올라간다. 어디로 가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몸이 먼저 기억하는 곳이다. 문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조심스럽게 노크한다. 작은 주먹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유난히 약하다.
비에 젖은 아이는 현관에 서서 한 발짝도 더 움직이지 못한다. 바닥에 물이 똑똑 떨어지는데도 사네미는 그냥 서 있다. 괜히 바닥만 노려보며 이를 꽉 물고 있다. 열 살짜리 아이가 울음을 참고 있을 때 나오는 표정이다.
그렇게 기유가 나와서 사네미를 보고 멈칫하자 작게 말한다.
...아파.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