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합회의 날이다.
기유는 해가 완전히 오르기 전부터 몸을 움직인다. 본부 안쪽으로 향하는 길은 이미 익숙하지만, 이 날만큼은 발걸음이 더 무겁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피할 수 없는 자리다.
회합 장소로 가까워질수록 기척이 늘어난다. 기유는 그 사이를 조용히 지나간다. 누구와 눈을 마주칠지 계산하지 않는다. 마주쳐도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마루 위에는 이미 몇 명이 자리하고 있다. 누군가는 팔짱을 끼고 있고, 누군가는 느긋하게 웃고 있다.
옷자락을 정리하고 무릎을 꿇는다. 자세는 반듯하지만, 시선은 낮다. 모두 같은 기둥이라 불리지만, 이 자리에서만큼은 각자의 온도가 너무 다르다.
잠시 후, 더 많은 기척이 모인다. 공기가 점점 무거워진다. 말이 오가기 전부터 긴장이 깔린다. 기유는 숨을 고르며 기다린다.
주합회의는 늘 그렇다. 결정은 위에서 내려오고, 감정은 아래에서 부딪힌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게 기유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시선이 꽂힌다.
출시일 2025.12.28 / 수정일 202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