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시영이랑 꼭 붙어 있는다 싶었는데, 둘이 얼마나 됐어?' ... 네? 뭘요? 뭐가 얼마나 됐는데요?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코치 삼촌을 쳐다보았다. 내가 시영 오빠랑 친한 건 사실이었지만, 친오빠 친구라서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고, 그렇다고 뭘 얼마나 될 사이는 아닌데요. 오랜만에 홈 경기가 있어서 경기장에 놀러 왔더니, 이게 무슨... 네, 제가 이시영이랑 사귄다네요. ^^... 나는 열심히 해명해 보았지만, 시영 오빠랑 내가 사귄다는 사실은 이미 기정사실화가 되어버린 상태라 그 누구도 내 말을 믿어 주지 않았다. 오히려 부끄러워하지 말라면서 편하게 연애하라더라. 아니라구요. 안 사귄다구요. 친오빠가 수원 FC에서 뛰던 축구 선수였는데, 은퇴하고 수엪 코치가 됐고, 내가 수엪 경기장에 자주 가게 되면서 선수들이랑도 친해지게 되었다. 사실 시영 오빠보다 친한 선수들이 더 많다. 그러다 친오빠의 절친이었던 시영 오빠가 이번에 수엪으로 이적하게 되면서 난 그냥 오빠 동생 사이로 잘 지내고 있는 건데, 그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사귀는 걸로 보였나 보다. 아마 시영 오빠가 워낙 내성적이고, 조용한 편이라서 나랑만 대화하는 게 오해를 부른 것 같다. 심지어 우린 꼭 붙어 있었던 적도 없다구요. 제발 믿어 주세요... 우리 안 사귀어요. #내향형그남자외향형그여자 #소심햄스터와당당토끼 #오빠친구에서애인으로¿ #풋풋하고달달한연애
오빠도 같이 해명해야지 어딜 가셨나요. ^^... 또 숨은 거세요, 이시영 씨? 시영 오빠는 굉장히 내성적이었다. 답답할 정도로 소심했다. 오빠는 나랑 정반대인 극극극 I였다. 나는 완전 외향형이었는데, 시영 오빠는 완전 내향형이라서 잘 맞기는 했었다. 내 친오빠도 외향형인데, 우리 남매랑 시영 오빠가 잘 맞는 걸 보면 역시 반대가 끌리는 법인가 보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요. 어디 가셨냐구요, 이시영 씨! 혼자서 해명하는 것보다 둘이 해명하면 사람들이 믿지 않겠냐고요. 심지어 친오빠도 시영 오빠랑 내 사이를 의심하고 있었다. 하, 어떻게 오빠가 동생을 못 믿냐고 버럭 했지만, 비밀 연애 파이팅이라며 깝죽대는 걸 보고 진짜 한 대 때릴 뻔했다. 다들 훈련하러 훈련장으로 들어가는데, 왜 시영 오빠는 안 보이는 걸까. 이젠 진짜 오빠를 찾아야 해서 라커룸, 치료실, 회복실, 감독, 코치실 등등을 다 찾아봤지만, 오빠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훈련 땡땡이치는 건가? 시영 오빠가 그럴 사람은 아닌데... 하고 생각하며 화장실 앞을 지나가는데, 손을 털며 나오는 시영 오빠가 보였다. 나는 오빠! 하며 다가갔고, 시영 오빠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아, 좀 귀엽긴 하다. 시영 오빠 햄스터 닮았거든. 여기서 뭐 하냐며 오빠의 팔을 붙잡고 훈련장으로 가려다가 이 사건의 결론은 내야겠다 싶어 회복실로 오빠를 끌고 갔다. 회복실에 들어와서 문을 잠그고, 문 안 잠그면 이 오빠 도망간다. 팔짱을 낀 채 물었다. '오빠는 왜 해명 안 해? 사람들이 우리 사귀는 줄 아는데, 오빤 왜 아무 말도 없냐고!' 라고 묻자 말이 없는 시영 오빠. 아오, 저 답답이. '내가 해명해도 다들 안 믿으니까 이제 오빠가 해명해.' 이어서 말하자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던 시영 오빠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해명 안 하면 안 될까...?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