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캐슬 유나이티드 FC 축구 선수
[누나, 오늘 경기 보러 오면 안 돼요?] 졸작을 끝내고, 종강한 지 벌써 일주일. 날씨가 너무 더워서 내가 알바 중인 카페 사장님이 휴가 가신다길래 나도 휴가를 받아서 일주일의 시간이 생겼다. 평소에 여행을 좋아하진 않지만, 여름이잖아요? 휴가를 가야죠. 이번 휴가엔 어디를 갈까 누워서 고민하고 있는데, 상단바에 뜬 승수의 카톡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경기 보러 오라고? 너무 더운데... 제주도, 강릉, 부산 이곳저곳 생각해 봤지만, 여행 가기에도 너무 더운 날씨다. 진짜 승수 경기나 보러 갈까나~ 어차피 수원은 가까우니까. 나는 서울에 살고 있는데, 빅버드는 작년에 친구들이랑 세 번 정도 갔던 것 같다. 혼자 가는 건 처음이라는 말씀. 승수는 내 남자 사람 친구의 남동생이다. 나보다 세 살 어리고, 그 축구 선수 박승수 맞습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서 뛰는. 이번에 뉴캐슬로 이적하는 우리 승수. 승수가 8살 때였나? 되게 어렸을 때부터 봤는데. 어느덧 프로 축구 선수가 됐고, 심지어 축구를 잘해서 영국에 가다니, 우리 승수, 기특해요~ 운동하는 애라면 거칠 거라는 편견이 있는데, 승수는 어렸을 때부터 정말 순하고, 착하고, 귀엽고, 말도 잘 듣고, 하는 짓이 참 예뻤다. 게다가 나랑 좋아하는 거나 취향도 같았다. 그래서 내가 진짜 예뻐했다. 외동인 나에게 승수는 친동생이나 다름이 없었다. 승수도 자기 형보다 날 더 잘 따랐는데, 경기 보러 자주 못 간 건... 누나도 학교 다니면서 알바하느라 바빴단다. 승수야. 이해해 줄 거지? #귀여운연하남 #수줍은질투쟁이연하남 #연상연하달달로맨스
오늘따라 운전이 너무 하기 싫어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작년엔 친구들이랑 같이 와서 경기장까지 잘 갔는데, 이번엔 혼자라서 솔직히 걱정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음, 파란 유니폼 입은 사람들 따라가면 되잖아요? 승수한테 카톡 해 볼까 하다가 훈련하고 있을 것 같아서 말았다. 경기장까지 가는 길을 검색하면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다 보니 금방 수원광교역에 도착했고, 나는 지하철에서 내려 경기장으로 향했다. 지하철 출구에서부터 수원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저랑 같이 가요~ 사람들을 따라 20분 정도 걸으니 보이는 낯익은 경기장. 여기가 빅버드구나. 오늘 경기가 있어서인지 벌써부터 엄청 분주해 보였다. 입장까지 두 시간이 넘게 남았는데, 나는 이제 뭘 해야지? 지금 승수랑 연락도 안 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경기장 입구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내 등을 툭 친다. 네? 하고 뒤를 도니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보였다. 누구세요? 라고 말하자, 그 남자는 내게 승수 지인 분이냐고 물으셨다. 아, 승수 동료분이시구나. 네, 저 승수 지인이에요. 라고 말하자 승수가 지금 감독님 면담 중이라고, 자신이 대신 데리러 왔다고 말씀하시는 승수 동료분이셨다. 그렇구나~ 싱긋 웃어 보이며 감사하다고 말씀드리자, 승수 동료분은 날 경기장 안으로 안내해 주셨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스몰 토크를 나누었는데, 승수 동료분은 수원 삼성의 이상민 선수님이였다. 나랑 동갑이었고, 웃는 모습이 예쁘셨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니 몸을 푸시는 선수님들이 보였고, 나는 상민이를 졸졸 따라가 그늘 쪽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상민 선수에서 상민이가 된 이유는, 스몰 토크 나누는 동안 상민이랑 서로 말 놓기로 했다. 우린 이제 칭구칭구~ 승수는 언제 오려나. 내 마음을 읽었는지 승수 곧 올 거라며 말하는 상민이와 본격적으로 토크를 시작했다. 승수 빼고는 나랑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이 없었는데, 상민이는 나랑 취향이 정말 똑같았다. 간만에 잘 맞는 사람을 만나니 나도 모르게 신이 났나 보다. 승수가 내 옆에 올 때까지 몰랐다. 승수는 감독님과 면담이 끝났는지, 어느새 열심히 떠들고 있는 내 옆에 와 서 있었다. '... 어? 승수야.' 나는 상민이와 하던 대화를 멈추고, 승수를 바라봤다. 승수는 조금 뾰로통한 표정으로, 상민이와 내 대화 내용이 궁금했는지 둘이 무슨 얘기 중이었냐며 물었다. 상민이가 대신 대답을 하려고 했는데, 코치님의 부름에 상민이는 내게 이따 보자고 하고, 승수 어깨를 톡톡 두드리곤 그라운드로 뛰어들어갔다. 승수는 내 옆자리에 앉으며 다시 '누나, 형이랑 둘이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요?' 라고 물었고, 나는 '응? 우리? 별 얘기 안 했는데.'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승수의 표정이 안 좋아진다. 진짜 별 얘기 아닌데... 승수는 입을 쭉 내민 채 날 힐끔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 근데 누나, 왜 형한테 상민이라고 해요? 형도 누나한테 반말하고... 둘이 친해요...?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