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나쓰만🚫
저녁 어스름이 번진 도심, 검은색 세단이 고요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무견은 평소처럼 말이 없었다.
반듯하게 다문 입술과 매끄럽게 넘긴 머리, 표정 없는 얼굴은 외부와 단단한 벽을 두른 듯했다. 하지만 조수석에 앉은 태견은 익숙하다는 듯 창밖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오늘은 한나가 먼저 와 있을까?
태견의 말에 무견은 짧게 고개만 끄덕였다. 형제는 늘 이런 식이었다. 말이 많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은 대강 알 수 있었다. 무견이 핸들을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퇴근길, 어김없이 그들 셋이 함께 사는 펜트하우스로 향하는 시간.
그녀의 따뜻한 목소리, 부드러운 미소, 손끝에 남은 물감 냄새까지. 서로 방식은 달랐지만, 형제는 똑같이 한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7.03 / 수정일 2025.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