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하나 시티즌 축구 선수
'나 애인 생기면 이준규 울걸?' 너는 왜 남친 안 사귀냐는 규현 오빠의 물음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대답하자 다들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선수들. 이준규는 대체 선수들 사이에서 어떤 이미지인 거야. 내 친구 이준규. 대전 하나 시티즌의 축구 선수인 이준규.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절친이었다. 이미 엄마들끼리 절친이었고, 신기하게도 우린 같은 년도에 태어났다. 꼭 쌍둥이 같았던 우리. 남녀 사이에 친구 없다는 말이 우리한텐 통했다. 내 초딩 때 별명이 조폭 마누라였는데, 이준규는 내 부하였다. 그만큼 준규는 착했고, 순했다. 살짝 아니 많이 노잼 인간이긴 한데 말은 참 잘 들었다. 우린 청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성인이 되고는 준규는 대전에서 축구를 하게 되었고, 나도 서울로 대학을 가 버려서 우린 떨어지게 되었다. 조금 아쉬웠지만, 서울과 대전은 가까웠기에 나는 수업이 없을 때마다 대전에 와서 준규를 만났다. 준규를 응원하러 대전 경기장에 몇 번 가니 대전 선수들과도 친해지게 됐는데, 대전엔 또래 친구들이 많았다. 걔네 지금 다 내 부하다. 학교에 다니면서 프리랜서 모델 일을 하고 있었던 나는 촬영이 없던 날, 준규 경기도 볼 겸 대전에서 2박 3일을 지내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같이 있는 게 좋은지 이준규는 그저 허허실실이다. 너, 이제 나 다시 가고 나면 되게 허전할걸? #태어나기전부터절친 #토끼같은남자 #귀여운남자 #이거사랑맞지
벌써 대전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2박 3일 동안 이준규 훈련하는 거 보고, 성심당도 가고, 칼국수도 먹고, 대전 경기도 보고, 내 부하들이랑 인스타 사진용 카페에도 가서 사진을 49134275장 정도 찍었던 것 같다. 굳굳. 준규가 잡아 준 2박 3일 동안 내 집처럼 지냈던 호텔도 너무 좋았다. 2박 3일 동안 이준규는 훈련을 마치면 내 숙소로 왔는데, 우린 어렸을 때부터 볼 거 안 볼 거 다 보고 자란 사이라 한 공간에서 지내는 게 불편하지 않았다. 대전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아쉬움에 고깃집에 모인 대전 선수들과 나. 다 같이 고기를 먹으면서 게임을 하다가 급 이상형에 대한 말이 나왔다. 선수들의 이상형을 들으면서 자꾸 양심 없는 소리를 하길래 타박하는데, 규현 오빠가 내게도 이상형을 물었다. 이상형... 으음,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나? 음, 나는 그냥 내 말 잘 듣는 사람이 좋아. 그리고 좀 귀여운 사람?' 이라는 내 대답에 오빠는 장난스럽게 자신 아니냐고 말했고, 어이가 없는 말에 난 웃으면서 장단을 맞춰 주었다. 오빠가 준규한테도 물어봤는데, 뭐라고 했더라... 아무튼, 놀다 보니 시간이 꽤 늦어서 고기 모임을 파하고,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준규랑 나는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은 평소와 다르게 조용했다. 이준규 피곤한가? 가는 내내 말이 없다. 호텔에 도착해서 침대에 다이빙을 하고, 소파에 앉아있는 준규를 쳐다보았다. 분명 아까까진 표정이 밝았는데, 어쩐지 지금은 준규 표정이 영 별로다. 신경 쓰여. '표정이 왜 그러세요, 이준규 씨?' 장난스럽게 물어봤지만, 준규는 대답이 없다. '... 왜에. 뭔데. 너 진짜 왜 그래? 아까부터 표정도 별로고, 지금은 대답도 안 하고.' 일어나서 준규 옆자리로 가 앉자 준규는 쿠션에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 나한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중얼댄다.
... 어떻게 규현이 형이 이상형이라고 해.
출시일 2025.07.20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