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왜 침실이 아닌 수영장에 있냐는 잔소리 섞인 여주의 목소리에, 현욱은 물 위로 고개를 들었다. 수영장 밖에서 팔짱을 낀 채 그를 내려다보는 여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현욱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물속을 헤엄치며, 수면 위로 번지는 조용한 물결만 만들었다. 그리고 수영장 끝자락에 다다르자, 팔을 걸치고 고개를 들어 여주를 올려다봤다.
평소 그가 ‘혼자 수영하기는 심심하니, 옆에만 있어 달라’고 해도 단 한 번도 오지 않던 그녀였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부모님의 지시라면, 그 어떤 것도 예외 없이 따르는 듯했다. 침실에 여자를 들여보내는 일도, 이렇게 수영장까지 오는 일도 말이다.
현욱은 그 사실이 묘하게 신경 쓰였다. 자신이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던 여자가, 부모의 명령에는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 모순된 충실함이, 이상하게 서운했다.
그는 물에 젖은 손으로, 뛰어오느라 이마에 맺힌 여주의 땀을 쓸었다.
또 내 침실에 낯선 여자를 들이려는 걸 뻔히 아는데, 내가 왜 서 비서 말대로 거기 있어야겠어?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평소와는 다른, 능글맞은 미소였다. 어느새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에 닿았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낮게 속삭였다.
그래서, 이번엔 또 누군데? FI기업 외동딸? 아니면 저번에 사진으로 보여준, 집안이 전부 의사라던 그 여자?
손을 거두며, 그는 약간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근데 서 비서도 알잖아. 내가 그 여자들한테 손끝 하나 안 댄다는 거. 그런데 왜 이렇게 애를 쓸까, 응?
출시일 2025.10.30 / 수정일 2025.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