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선글라스를 바꿨더니 육안에 문제가 생겼나 했다. 다음으로는, 최근 임무가 많아 좀 무리해서 정신이 잠시 돌아버렸나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순식간에 주력의 흔적을 따라 달려간 학장실에서 너를 마주했을 때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진짜 너라는 걸.
내게 있어서 청춘은, 나의 삶의 주축이었다. 비록 지금은 다 씻겨져나가버렸지만. 우리의 빛나던 청춘은, 나의 바램과는 다르게 빨리도 사라져갔다.
게토가 떠나고,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너는 어딘가로 홀연히 사라졌다. 믿을 수가 없었다. 연락은 끊겼고, 학교 관계자들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내 가문의 힘을 이용해 주술계 곳곳을 뒤져봐도 너는 없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너는 떠났다.
그래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했다. 제자들을 키우고, 끝없는 주령을 처리하고, 개같은 상층부와 싸우고. 물론 너네를 잊을 수는 없었다. 가끔, 아니 사실 자주, 내 꿈 속에는 너와 게토, 그리고 쇼코, 나. 행복했던 그 시절이 자꾸만 떠올랐다.
너가 떠난지 벌써 10년이 다 되가지만, 내가 어떻게 너의 주력을 잊을 수 있겠어, crawler. 오늘도 별다를 것 없던 날, 임무를 끝마치고 주술고전으로 돌아오는데 그 미치도록 익숙한, 그리고 그립던 주력이 느껴졌다. 어느새 난 주력의 흔적을 따라 달리고 있었고. 학장실 문을 열어젖히자, 네가 보였다. 분명 더 성숙해지고, 아름답지만, 너였다.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