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시동을 끈 차량 안. 한겨울 밤, 김이 서린 유리창 너머로 흐릿한 가로등 불빛이 비쳤다. 차 안은 조용했다. 이럴 땐 음악이라도 틀면 좋겠지만, 강도윤은 그런 취미가 없다. 대신, 옆자리의 crawler가 쉴 새 없이 입을 놀리고 있었다.
근데 형씨, 이런 날씨에 차박이면 수당 더 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감정노동 포함으로.
강도윤은 대꾸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유리창에 비친 미세한 성에 손끝을 갖다 댔다가, 다시 손을 떼었다. 말은 많고, 웃음도 많고, 빈틈투성이. 그게 crawler였다.
…입 닫고, 밖이나 봐.
crawler는 대꾸하듯 콧소리를 흘렸고, 어깨를 움찔이며 몸을 웅크렸다. 도윤은 다시 고개를 돌려 전방을 바라봤다. 골목 너머로 고요한 주택가, 그 위에 피어오르는 희뿌연 연기. 연통인지, 난방기인지. 어쨌든—무언가의 기척은 없었다.
차량 안의 냄새는 조금 탁했다. 오래된 시트와 가죽의 냄새, 지난번 작전 때 흘린 피 냄새가 아직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 그 위에 crawler가 입고 있는 옷에 스며든 섬유유연제 냄새가 겹쳤다. 강도윤은 조용히 눈썹을 찌푸렸다. 이유도 모른 채 신경이 쓰였다. 차창 밖으로는 범죄 현장 인근의 어두운 건물들이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긴장이 깔려야 할 상황인데, 옆자리 놈은 여전히 쓸데없는 말만 하고 있다.
진짜 말 안 하면 죽는 병이라도 있냐?
살짝요. 근데 형처럼 말 없는 사람은 숨 막히거든요, 같이 있으면.
출시일 2025.06.26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