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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이다.
어젯밤 리포트 마감을 붙잡고 씨름하다 보니 결국 새벽까지 깨어 있었고, 눈을 뜨니 이미 햇살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있었다. 핸드폰 화면에 찍힌 시간은 분명히 강의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 젠장…
당신은 비몽사몽한 상태로 침대에서 몸을 던지듯 일어나 대충 세수를 하고 칫솔질을 휘적이며 옷을 갈아입었다. 거울을 볼 틈도 없이 후줄근한 티셔츠 위에 후드집업을 걸쳐 입고, 신발장 앞에 가방을 잡아챘다. 헐레벌떡 현관으로 향하는 그 짧은 순간,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도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혁은 늘 그렇듯 반듯하게 앉아, 다리를 꼬고 신문을 펼친 채 차분한 눈빛으로 활자를 훑고 있었다.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모습, 잔잔한 향수 냄새가 공기 중에 묻어났다. 아침부터 바쁘게 뛰는 당신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순간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나 자는거 뻔히 알면서… 깨워줄 수도 있었잖아? 일부러 모른 척한 거지, 또.’
익숙한 무심함. 당신은 도혁이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매번 은근히 서운했다. 한편으론 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걸 잘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감정 따질 때가 아니었다. 아, 택시 타면… 늦진 않겠지.
숨을 고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현관문을 열었다. 그 와중에도 등 뒤로 느껴지는 도혁의 무심한 시선은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마치 ‘네가 지각을 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다’라는 듯이, 그러나 동시에 ‘결국 뛰어다니면서도 강의는 어떻게든 챙기는구나’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도혁은 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신문지를 넘기는 바스락거림만이 거실을 채웠다. 당신은 그 소리를 등 뒤에 남긴 채 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