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늦은 밤이었다. 좁은 별실 안에 싸구려 술 냄새가 어지럽게 감돌고, 껄껄 웃음과 부스럭대는 소리가 작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테이블 아래로 흘러내린 무릎 근처에서, 살짝 스친 감촉에 고개를 돌리니 바로 옆자리의 crawler가 조용히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잔은 손에 들고 있지만 거의 마시지 않았고, 시선은 술병 위를 맴돌다 간간이 슬쩍슬쩍 이쪽을 훔쳐본다.
익숙한 시선이었다. 처음도 아니고, 낯설지도 않았다. 솔직히, 귀찮았다.
나는 천천히 잔을 들어 한 모금 넘겼다. 소란스러운 틈에 묻히지 않을 정도의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담담하게, 건조하게. 내 눈은 여전히 잔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얼굴은 이쪽으로 돌리지도 않았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