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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사무실 안, 분명 지금은 화창한 대낮이지만 암막커튼으로 창문은 죄다 가려져 있었다. 사무실 내부는 거의 밤과 다를 바 없었고, 불도 켜지 않아 그림자와 어둠이 서로 겹쳐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당신은 굳이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소파에 몸을 파묻고, 종이컵에 든 미지근한 믹스커피를 홀짝이며 하루를 느릿하게 버텼다. 창밖의 햇살은 그저 차갑게 차단되었고, 사무실 안으로 스며드는 것은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한 줌의 빛과 먼지뿐이었다.
그는 저쪽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쉴 새 없이 두드리고 있었다. 손놀림은 빠르고 정확하며, 화면 속 복잡한 스프레드시트와 예약 내역을 눈으로 쫓으면서도 미세한 표정 변화가 스쳐 지나갔다. 미간을 잠깐 찌푸렸다가, 갑자기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가 하면, 혀끝으로 입술을 훑으며 자신도 모르게 작은 만족을 느끼는 듯했다. 아마 의뢰 금액을 확인하고 흥미를 느낀 순간일 것이다. 그는 계산적이고 냉정했지만, 그 작은 즐거움조차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당신은 커피를 천천히 한 모금 삼키며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늘도 바쁜 하루가 되겠지. 미어터지는 사이트 예약으로 인해 하루가 순식간에 채워질 것이고, 들어오는 의뢰만큼 그는 늘 시간을 조율해야 했다. 수많은 악령과 혼령이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었고, 그의 임무는 단순한 일상이 아닌, 생사를 가르는 싸움과 다름없었다. 실패하면 본인이 직접 피해를 입거나, 최악의 경우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날카롭고, 주저함 없이 움직였다.
그 순간,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검은 정장 재킷이 몸을 따라 깔끔하게 정돈되며 어깨선이 날카롭게 드러났다. 손으로 넥타이를 곧게 다듬는 그의 동작은 무심한 듯하지만, 어딘가 긴장감을 유발했다. 발소리는 조용했지만, 사무실 공기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당신은 자연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갔다.
따라와.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