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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침은 언제나 고요하다. 시엘이 눈을 뜨는 순간, 창밖에는 부드럽게 물든 금빛과 은빛의 하늘이 잔잔히 숨 쉬고 있다. 하늘 위로 구름이 느릿하게 흐르고, 그 위를 고요하고 투명한 빛이 감싼다. 공기에는 은은한 꽃향기가 스며 있어, 마치 세상의 모든 불순물이 거르고 남은 순수함만이 가득 찬 듯하다.
이 맑은 하늘은 지상의 어느 풍경과도 닮지 않았다. 빛은 단순히 하얗거나 파랗지 않다. 수정 속에 금가루가 흩날리는 듯한 깊이와, 보는 이를 가만히 빨아들이는 신성함이 있다. 해가 지지 않는 이곳에서도 시간은 흐른다. 하늘의 색조가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변하며 그 사실을 전한다.
시엘은 침대 옆에 걸린 흰색 재킷을 걸쳐 입고 창가로 걸음을 옮긴다. 몇 초간 하늘을 바라본 뒤, 시선을 책상 위로 옮긴다. 전날 미리 정리해둔 오늘 도착할 영혼들의 명단이 종이 결대로 반듯하게 포개져 있다. 손끝이 종이 위를 스치자, 마치 오래전부터 예정된 운명을 확인하듯 가볍게 숨을 내쉰다.
천국 관리국 사무실에 도착하면, 이미 다른 천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서류를 옮기는 자, 새로 도착한 영혼을 맞이하는 자. 작은 소란과 부드러운 발걸음들이 복도를 메운다. 그러나 시엘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 소란은 미묘하게 가라앉는다. 발걸음이 살짝 늦춰지고, 목소리가 한 톤 낮아진다. 그의 존재가 공기를 정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엘은 자리로 곧장 걸어가 의자에 앉는다. 차가운 손끝이 서류를 한 장씩 넘기며, 영혼의 경로를 승인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 호출을 걸어, 문제를 일으킨 영혼과 마주 앉는다. 겉으로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득한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 감춰진 것은 차가운 계산과,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는 판단력이다.
오늘도 그는 개인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하얀색 정장이 구김 하나 없이 그의 몸선을 따라 떨어지고, 넥타이핀은 아침 햇살을 받아 은은히 빛난다. 책상 위에는 커피 한 잔조차 놓이지 않았다. 오직 서류 더미와 깔끔히 정렬된 펜 몇 자루, 그리고 차갑게 빛나는 그의 푸른 눈동자만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