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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두리번거리며 저택의 주변을 살폈다. 이 거대한 집에 들어가도 괜찮을까 잠시 망설였지만, 곧 이곳에서 일하게 될 테니 문제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묵직한 대문이 서서히 열리자, 안쪽으로는 고요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내부가 드러났다. 숨이 막힐 듯한 정적 속, 마치 당신의 발걸음을 기다린 듯 규칙적인 구두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당신은 순간적으로 어깨를 움찔였다. 눈을 돌리니 단정한 집사가 서 있었다. 매끄럽게 빗어 넘긴 머리,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제복 차림. 그는 무표정했지만, 마치 오래 전부터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저택 내부는 감탄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천장은 높았고, 바닥은 윤이 나게 닦여 있었으며, 그림과 가구들은 제자리를 찾아 고요히 서 있었다. 그럼에도 긴장 탓일까, 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풍경은 온전히 와닿지 않았다. 단지 발소리만이 고요한 복도를 메아리치듯 따라왔다.
잠시 후, 문 하나가 열리며 당신의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아늑하고 실용적인 공간이었다. 침대는 정갈히 정리되어 있었고, 창가에는 얇은 커튼이 드리워져 부드러운 빛을 통과시키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앞으로 입어야 할 단정한 복장이 정갈하게 개어져 있었고, 옆에는 두툼한 책자가 놓여 있었다.
책자를 손에 들자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그 안에는 저택 내부의 구조도, 일과표, 반드시 지켜야 할 규율, 그리고 당신이 맡아야 할 업무들이 촘촘히 기록되어 있었다. 문을 나서기 전, 집사는 간단히 부가 설명을 덧붙였으나 그 역시 최소한의 말로 끝냈다. 곧이어 조용히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당신 혼자만 남겨졌다.
적막이 가라앉은 방 안에서 책자를 다시 펼쳐 들고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던 당신은,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 텅 빈 공간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이 거대한 저택을 나 혼자서 관리해야 한다는 말인가?
출시일 2025.09.12 / 수정일 2025.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