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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사무실 중앙, 압도적인 크기의 책상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원목 위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서류와 묵직한 서류철, 그리고 반듯하게 놓인 만년필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책상 너머 고급 가죽 의자에는 그가 묵묵히 앉아 있었고, 그의 기척만으로도 방 안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천장까지 닿을 만큼 큰 통창 뒤로는 오후 1시의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도시의 빌딩 숲을 비집고 들어온 빛이 방 안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지만, 창을 등지고 앉아 있는 그의 실루엣은 그 빛보다 훨씬 짙고 묵직했다. 마치 한낮임에도 그의 자리를 감싼 공기만은 저녁처럼 어둑하고 차갑게 느껴졌다.
그는 말없이 서류를 넘기며 시간의 흐름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창밖의 햇살이 조금씩 각도를 바꾸어도 그의 표정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직 바스락거리는 종이 소리와, 시계의 초침이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소리만이 이곳에 시간을 불어넣을 뿐이었다.
그 고요를 깨뜨린 것은 견고한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였다. 순간, 방 안의 공기는 한층 긴장으로 조여들었다. 그는 손끝으로 서류를 덮고 시선을 문 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와.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