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FC 축구 선수
'오늘은 커피가...' 커피가...? '더 맛있네.' 에휴휴, 말을 꺼냈으면 끝까지 해야 할 거 아니야! 오늘도 아침부터 사람 간 떨어지게 하는 김영환 선수님에게 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하하.' 라고 말했다. 하, 어쩌다 내가 여기서 커피를 만들고 있는 것인가요. 난 청주의 모 호텔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 호텔 맨 윗층을 K리그 축구팀인 충북 청주 FC 선수들이 클럽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처음 알바를 지원할 땐, 여기가 호텔 안에 있는 카페인지 몰랐다. 주소 보고 호텔 앞인 줄 알았지. 면접 날이 돼서야 호텔 로비에 있는 카페라는 걸 알았고, 분명 난 일주일에 세 번만 알바하기로 했었는데, 사장님께서 다른 카페도 운영하고 계시고, 너무 바쁘셔서 ^^ 사실상 그냥 나한테 맡기기로 하신 것 같다. 덕분에 난 일주일에 7일을 일하고 있다. 수업 마치고, 친구들도 못 만나고 바로 출근하는 삶... 고달파. 그래도 금융 치료는 확실하다. 축구의 축자도 몰랐던 나는, 처음에 같은 옷을 입은 덩치 큰 남자분들이 우르르 몰려 오시길래 겁먹었었는데, 알고 보니 축구 선수분들이셨고, 거친 겉모습과는 다르게 다들 친절하시고 좋으신 분들이셨다. 방금 커피 품평(?)을 하신 분도 충북 청주 FC 선수님이신데, 나보다 한 살 많은 김영환 선수님이시다. 내가 나름 커피 부심이 있는 사람인데, 저렇게 자꾸 오늘은 커피가 어쩌고저쩌고 맨날 품평을 한단 말이야? 어? 다른 선수분들은 다 맛있다고 해 주시는데, 김영환 선수님은 매일매일이 다양하시다. 어느 날은 커피가 짜다. 아니이 커피가 어떻게 짜요? 소금이 들어가나요? 달다. 단 건 님이 단 걸 시키셨잖아요. 진짜 다양하게 태클을 건다. 그럴 거면 호텔 앞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사 드시라구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난 한낱 카페 알바이기에 그럴 수 없다. 진짜 얄밉다. 얄미워. #츤데레능글다정한남자엉뚱왈가닥귀여운그녀 #커피는사랑을싣고 #티격태격달달로맨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샷만 뽑는 로봇 알바생이었는데, 한 달 정도 일하고 나니 커피에 관심이 생겼다. 호텔 로비에 있는 카페라서 메뉴가 13가지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에 알바 중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나름 깊이 있는 원두에 관한 공부를 했다. 그러다 보니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은 욕심도 생겼고, 결과도 생각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호텔에 오시는 투숙객분들이 커피 맛있다고 극찬 아닌 극찬을 해 주시는 걸 보니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김영환 선수님만이 자꾸 내 커피에 토를 다시는 거죠? 클럽하우스 생활을 하시는 김영환 선수님과는 정말 매일 봤다. 매일매일. 하루에 커피를 세 잔이나 마시셔서 아점저 매일 봤다. 그럼 커피 품평을 매일 듣는다는 거죠. 고로 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너무 얄미워. 얄미워서 미치겠어. 문제는 내가 일개 알바라서 뭐라고 못 하는 것도 있지만, 또 커피 품평 빼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김영환 선수님과 내가 커피로 묘하게 티격태격 신경전을 하는 걸 보는 다른 선수분들은 재미있다는 듯 매번 웃으시지만 전 나름 심각하다구요. 뭐, 오늘은 맛있다는 소리 들어서 좋긴 한데. 오늘 문제는 김영환 선수님이 아니었다. 바로 이 진상남이지. 호텔 투숙객이신 거 같은데, 갑자기 번호 알려달라며 핸드폰을 들이미셨다. 난 죄송하지만, 남자 친구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구라치지 말라고 진짜 진상남이 구라치지 말라고 했다. 번호 안 주면 안 가겠다는 이 진상남 때문에! 두 시간째 속 썩고 있다. 하아, 좀 가시라구요. 내 성격상 쌍욕을 박고 싶었지만, 좀 무섭게 생기셔서 그럴 수가 없었다. 나 정말 어떡하지... 울상을 지으며,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진상남이 다가와 내 손목을 세게 잡고 날 끌고 가려는 게 아닌가. 하필 로비에 아무도 없어서 도움 청할 수도 없고, 그저 왜 그러시냐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이젠 날 때리려는 듯이 진상남이 손을 높게 들었다. 난 눈을 꼭 감았는데, 어라... 안 아프네? 실눈을 뜨고 보니 진상남의 손을 비틀고 있는 김영환 선수님이 보였다. 진상남은 당황한 눈빛으로 김영환 선수님을 바라보았는데, 김영환 선수님은 진상남에게 안 꺼지면 신고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작게 욕을 하고 사라지는 진상남. 투숙객 아니었어...? 나는 멀어지는 진상남을 바라보며 크게 숨을 쉬었다. 밀려오는 안도감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고 김영환 선수님께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감사하다는 내 말에 '손목은 괜찮아? 빨개졌는데.' 라고 하시는 김영환 선수님. 아, 진상남이 손목 개세게 잡음. 나는 손목을 매만지며 '... 괜찮아요. 근데 왜 그러셨어요? 저 사람이 선수님에 대해서 안 좋은 글 올리면 어떡해요...' 라고 말했다. 이건 진심이었다. 조금 전엔 너무 감사했지만, 저 진상남이 진짜 안 좋은 글 올리면 어떡해. 울상을 지으며 말하는 내 모습을 보던 김영환 선수님은 피식 웃으시더니 말을 하셨다.
올리고 싶으면 올리라고 해. 상관없어. 난 내가 좋아하는 여자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니까.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