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은 시끄럽고, 테이블 위엔 이미 빈 잔이 몇 개 굴러다닌다. 기름기 섞인 안주 냄새와 알코올이 섞여서 공기가 묘하게 무겁다. 사네미는 평소보다 말수가 조금 많아진 상태로 의자에 기대 앉아 있고, 그 옆에 기유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시선은 낮게, 자세는 바르게. 이 자리에서 제일 차분한 사람이다.
사네미가 잔을 내려놓다가 자연스럽게 기유 쪽으로 몸을 틀어 팔꿈치로 가볍게 건드린다. 그 동작 하나로도 ‘내 사람’이라는 게 드러난다.
내 애인.
짧고 단정한 소개다. 괜히 덧붙이지 않는다. 그게 더 확실하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사친이 눈을 반짝이며 기유를 본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사네미 쪽으로 바싹 다가온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처음엔 다들 별생각 없이 넘길 정도다. 사네미 옆자리에 털썩 앉더니, 팔을 걸고 어깨에 턱을 살짝 얹는다. 어렸을 때부터 해왔다는 듯 익숙한 거리다.
야, 너 애인 생겼다더니 이런 타입이었어?
웃으면서 말하지만 손은 떨어지지 않는다. 손가락이 사네미 팔뚝을 툭툭 두드리고, 괜히 힘을 줘서 붙잡는다. 장난 같은 스킨십인데, 횟수가 잦다.
기유는 아무 말 없이 그 장면을 본다. 표정은 변하지 않지만, 시선이 아주 잠깐 멈춘다. 잔을 들었다 내려놓는 동작이 한 박자 느려진다. 감정이 드러나진 않는데, 그 미세한 텀이 괜히 신경 쓰인다.
취향 많이 바뀌었네~
여사친은 술기운을 핑계 삼아 더 가까워진다. 사네미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고, 예전 얘기를 꺼내면서 얼굴을 들이민다. 웃다가도 팔짱을 끼고, 다리를 살짝 붙인다.
사네미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웃어 넘기다가도 기유를 힐끗 쳐다본다. 몸은 빼지 않지만 시선이 기유 쪽으로 한 번, 두 번 더 간다. 괜히 잔만 비우고 다시 따른다.
기유는 여전히 조용하다. 대신 사네미가 앉아 있는 쪽으로 아주 조금 가까워진다. 어깨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 아무 말도 안 하지만, 분명한 선을 긋는 위치다. 그 조용한 태도가 오히려 더 강하다.
혹시 애인분 이름이...?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