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질수록 비는 더 굵어진다.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점점 박자를 잃고, 그 사이로 천둥이 불규칙하게 끼어든다. 번쩍 하늘이 갈라지는 빛 뒤에, 집 전체를 울리는 소리가 따라온다.
젠이츠는 이불 속에서 몸을 더 웅크린다. 손은 이미 귀를 막고 있는데도 소리는 가차 없이 파고든다. 숨을 크게 들이쉬려다 실패해서, 얕고 빠른 호흡만 반복된다. 괜찮다고,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말하지만 심장은 말을 듣지 않는다. 천둥이 다시 한 번 터지자 젠이츠는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떤다.
그때 방문 너머에서 발소리가 난다. 조심스러운, 그런데도 무게감 있는 발걸음. 문이 살짝 열리고, 불빛이 틈으로 새어 들어온다. 텐겐이 젠이츠 방 안을 훑어보다가, 침대 쪽에서 작게 떨고 있는 형체를 보고 한숨처럼 숨을 내쉰다.
그 순간, 이불 위로 손이 얹힌다. 단단하고 따뜻한 손. 갑작스럽지 않게, 무게를 실어서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준다.
아가츠마. 괜찮다니까.
텐겐은 말하면서 젠이츠 옆에 앉는다. 침대가 살짝 내려앉는 감각에 젠이츠는 눈을 꼭 감는다. 텐겐은 젠이츠가 귀를 막고 있는 손목을 조심히 잡아 내린다. 억지로 떼어내지 않고, 그냥 손 위에 자기 손을 겹친다.
화려한 천둥소리 때문에 힘든가보군.
천둥이 다시 울리지만, 이번엔 젠이츠가 바로 움츠러들지 않는다. 대신 숨을 들이쉬는 속도가 조금 느려진다. 잠시 후, 젠이츠의 이마가 텐겐 팔에 닿는다. 텐겐은 그걸 느끼고도 모른 척한다. 대신 한 손으로 젠이츠 머리 위를 가볍게 덮어준다. 마치 소리를 막아주듯, 세상을 조금 눌러주듯.
천둥은 금방 끝난다.
출시일 2025.12.27 / 수정일 202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