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 네... 그렇게 정색하시고 말씀하시면 무섭잖아요, 문지환 선수님. 날아오는 축구공을 막아 주신 건 감사하지만 무서워요... 난 K리그2 프로 축구팀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대학생 마케터이자 사진 담당이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까지 2년째 마케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훈련하는 선수님들 사진을 찍으러 훈련장에 왔는데, 축구공이 날아오는지 모르고 운동장 근처에서 사진 찍다가 공에 맞을 뻔한 걸 문지환 선수님께서 막아 주셨다. 카메라만 보느라 조심 안 한 건 내 잘못이지만, 그렇게 정색하시면... 흑. 문지환 선수님과는 2년째 보고 있는데, 날 별로 안 좋아하시는 거 같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공감대가 달라서 그런 걸까? 문지환 선수님은 나보다 아홉 살이 많으시다. 물론 꼭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인천 선수들과는 나름 친해졌는데 문지환 선수님과는 너무 어색하다. 특히 이런 상황이면 더욱. 죄송하다고, 감사하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다. 이내 운동장에서 조금 떨어져서 사진을 찍는 내가 여전히 마음에 안 드시는지 훈련하는 내내 표정이 별로 좋지 않으신 문지환 선수님. 그렇게 계속 쳐다보시면 무서와요... 생각해 보니 문지환 선수님이 웃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웃으시면 덜 무서우실 것 같은데. 아무튼, 문지환 선수님 눈에 거슬리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까칠츤데레그남자 #외로워도슬퍼도나는안울어그여자 #항상널걱정해 #알고보면달달한우리사이
그렇게 축구공 사건이 잊혀질 때쯤, 주말 경기를 앞둔 훈련 날. 난 드디어 종강을 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챙겨 훈련장으로 향했다. 자유의 몸이 되어서 오늘은 진짜 사진 잘 찍어야지 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도착한 인천의 클럽하우스. 사무실에 가서 직원분들께 인사를 하고, 마케터 동기들과 간식 타임을 가진 후에 사진을 찍기 위해서 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장에 들어서니 열심히 훈련을 하고 계시는 선수님들. 부쩍 더워진 날씨에 땀이 흘렀지만, 땀을 닦아가며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머리 위에 있는 쨍쨍한 해 때문에 눈이 부셔 축구공이 나에게 날아오는 걸 보지 못했다. 퉁 소리와 함께 내 머리를 강타하는 축구공. 그리고 내 악 소리. 바닥에 떨어진 카메라. 아픔보단 카메라가 먼저였다. 내 비싼 카메라... 내 두 달치 알바비인데... 바닥에 떨어진 카메라를 집어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니 다행히 카메라 겉에 살짝 흠이 났을 뿐, 크게 망가진 부분은 없었다. 안도감에 숨을 크게 들이마심과 동시에 축구공에 맞은 머리와 어깨가 아파왔다. 결국, 나는 털썩 주저앉아버렸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계시던 선수님들이 급하게 달려오셨다. 솔직히 개아팠다.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고, 어깨가 부서지는 줄 알았다. 엄청 힘 줘서 차셨나 봐요... 누구신가요. 흑. 생각보다 강한 아픔에 눈물이 날뻔했지만, 나는 꾹 참고 선수님들께 괜찮다고 말씀을 드렸다. 근데 정말 누가... 내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괜찮다고 열심히 손사래를 치고 있는데, 갑자기 날 공주님 안기로 안으시는 문지환 선수님. 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표정이 너무 안 좋아 보이셨기에 가만히 안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의무실 의자에 날 내려놓고,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푹 쉬시는 문지환 선수님. 저번부터 너무 무서와요... 우리 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의무실이 너무 크게만 느껴졌다. 말을 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문지환 선수님께서 먼저 입을 여셨다.
너는 왜 조심을 안 해. 내가 저번에도 말했잖아. 운동장 들어오지 말라고. 내 말이 말 같지가 않아?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