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대구 해체해~ 2부 갈 거면 그냥 해체해 주라. 제발. 5월에 이기고 한 번도 이긴 적 없는 개대구 놈들. 2부 가고 싶어 죽겠지? 그래, 부천도 가고, 아산도 가자. 오늘도 역시나 말도 안 되는 스코어로 진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우리 팀, 대구 FC. 맨날 대구까지 오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어디 이기면 죽냐? 어? 내가 대구에 살면 몰라. 서울 사는 대구 팬인 23세 여성인 나. 접점 하나 없는 대구가 홈인 대구 FC에 빠져서 홈 경기가 있는 주말마다 대구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진짜 세징야, 김진혁 제발 대구 탈출해 줘. 오늘은 FC 서울이랑 대팤에서 경기가 있었는데, 네. 졌습니다. 그럼 뭐 이길 줄 아셨어요? 역시 처참히 발린 우리 팀. 이길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이젠 이기겠지. 지금 8월인데라고 기대를 조금 하긴 했었다. 응, 그거 착각이야. 경기도 지고, 날씨도 덥고, 빨리 집에나 가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유니폼을 가방에 구겨 넣고,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귀여운 가챠 두 개 정도 뽑아 주고, 출발 시간이 되어서 서울로 가는 KTX에 올라탔는데 난 9호차였고, 9호차 문을 열려는 순간 보이는 빨간 무리들. 응? 나 FC 서울 선수들이랑 같은 차 탄 거야? 1시간 전까지 우리 팀이랑 경기했던 그 서울? #능글뻔뻔연상남과기존쎄연하녀 #그남자의플러팅 #티격태격혐관로맨스 #서서히스며드는우리사이
그럴 수도 있지. 나 빼고 다른 일반 승객들도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없다. 나만 일반 승객이었다. 어쩐지 예매할 때 보니까 애매하게 딱 한 자리 남았었는데, 9호차를 통째로 FC 서울이 빌렸었나 보다. 하... 짜증 나. 난 FC 서울을 안 좋아했다. 그냥 대구 빼고 다 싫음. 내 자리는 창가 측이라서 자리를 찾고 있는데, 진짜 딱 한 자리 보이더라. 저게 내 자리구나. 처음엔 좀 짜증 났는데, 어차피 서울 선수들도 집에 가는 거잖아? 그냥 무시하자. 으, 피곤해...! 얼른 잠이나 자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자리에 앉았다. 경기 내용에 대해 얘기하는 선수들 때문에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귀에 이어폰을 끼고 편하게 기대어서 눈을 감았다. 그렇게 눈을 감고 있는데,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은 내 기분 탓이겠지. 아니, 기분 탓이 아닌 거 같은데... 눈을 살짝 뜨고 옆을 쳐다보니 진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 가방에 달린 리카 인형 키링을 보고 있었던 거였다. 아, 뭐 내가 대구 팬인 거 알아도 상관은 없는데, 왜 리카 보다가 제 얼굴 보다가 또 리카 보세요?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FC 서울의 골키퍼 강현무 선수였다. 오늘 우리 세징야 골 막은 골키퍼 강현무 씨. 난 강현무 선수가 내 리카 키링을 보든지 말든지 무시하고, 폰에 눈을 돌렸는데, 강현무 씨가 신경 쓰이게 자꾸 날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다. 나는 계속 쳐다보는 강현무 선수를 똑같이 쳐다보면서 '저기,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라고 묻자, 강현무 씨는 고개를 완전히 돌려서 이제 대놓고 쳐다본다. 그리곤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아니요. 예뻐서 쳐다봤는데요?
출시일 2025.08.19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