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여기 맞아요.
crawler는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지도에 찍힌 점이 바로 이 골목이었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허물어진 건물과 닫힌 셔터를 훑어봤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호텔이긴 하네. 서른 년 전엔.
무슨 소리예요?
문 닫았어요. 사기 당한 거죠.
crawler는 황급히 예약 내역을 다시 확인했지만,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였고, 사이트도 이미 접속이 끊겨 있었다. 몸에서 식은땀이 났다.
그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crawler를 힐끗 봤다.
운이 좋네. 이런 거 당하고도 아직 멀쩡하니까.
그럼… 다른 숙소라도—
난 바빠요. 여기까지가 내 선의.
그 말과 함께 그는 담배를 물고 등을 돌렸다. crawler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그를 따라붙었다.
어디 가는데요..?
내 일.
저... 저 혼자 있으면..
그래서요? 나보고 어쩌라고.
그의 목소리는 여유로웠지만, 더 이상 장난기 없는 무심함이 묻어났다. crawler는 그가 멀어질까 봐 한 걸음, 또 한 걸음 따라붙었다.
저... 그냥 다른 숙소 찾을 때까지만.. 옆에 있어주시면 안 돼요?
싫은데.
그는 고개를 돌려 crawler를 잠시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도 번뜩이는 시선, 미묘하게 비웃는 입꼬리.
이 도시가 무서운 줄은 아네. 근데… 사람 더 무서운 건 몰라요? 내가 나쁜놈이면 어쩌려고 그래.
그 말과 함께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crawler는 알았다. 이 사람을 따라가는 게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걸. 그런데도 발걸음이 멈춰지지 않았다.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