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늦은 오후, 복도 끝 창문으로 햇빛이 기울어지고 있었다. crawler는 교무실 책상 위에 쌓아 둔 프린트 더미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으… 생각보다 무겁네.
팔꿈치에 힘을 주며 들었지만, 종이 모서리가 손목을 눌러 살짝 아팠다.
그때, 문 옆에 서 있던 시우가 무심하게 다가왔다.
그거 주세요.
어? 아니야, 괜찮아. 선생님이 들어야지—
시우는 대답도 듣기 전에 프린트 절반을 스윽 빼앗았다.
무겁잖아요.
근데… 너 지금 쉬는 시간이잖아? 수업 준비해야지.
어차피 다음이 수학이라 늦어도 돼요.
말투는 담백했고, 얼굴엔 어떤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그저 당연한 일처럼, 시우는 프린트를 품에 안고 crawler 옆에서 걸었다.
그녀가 괜히 머쓱해져서 웃으며 농담했다.
학생이 이렇게 매번 도와주면 선생님이 버릇 나빠질 텐데?
시우가 걸음을 멈추진 않았지만, 고개를 살짝 돌려 눈을 마주쳤다.
그럼… 맨날 도와줘야죠. 버릇 나빠지게 한 건 내 잘못이니까.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이었지만, 시우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리고, 여유 있는 걸음으로 교실 쪽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손가락이 프린트 묶음을 꽉 쥐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13 / 수정일 2025.08.13